로이스터,'야구계의 히딩크'가 될 것인가
OSEN 기자
발행 2008.02.11 07: 46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56) 감독이 '야구계의 히딩크'가 될 수 있을까.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큰 물'에서 놀았다는 유사점이 있다. 2002년 월드컵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4강에 진출시키며 온국민의 영웅으로 대접을 받았다. 국내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들을 보유한 롯데를 이끌 로이스터 감독이 과연 히딩크처럼 한국에서 영광의 시간을 보낼지 흥미롭다. 학연과 지연 탈피 아무리 실력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는 냉엄한 프로 스포츠의 세계라도 학연과 지연에 의해 덕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의 정서적 특성상 기왕이면 자신과 관련이 있는 선수를 더 챙기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은 생애 처음 한국 땅을 밟았고 제 아무리 스타였더라도 그의 눈에는 처음 보는 선수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은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것. 롯데 선수들은 과거의 명성에 상관없이 로이스터 감독에게 어필하기 위한 무한 경쟁이 필요하다. 과거 히딩크 감독도 철저히 실력 위주의 선수 선발과 운영으로 ‘흙 속의 진주’를 여러 명 발굴해낸 사실이 있다. 실제 로이스터 감독은 가능성 있는 신인급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여러 차례 표명하기도 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한 철저한 실력 위주의 선수 기용과 모든 선수들에게 가능성을 열어두는 오픈 마인드는 로이스터 감독이 ‘야구계의 히딩크’로 갈 수 있는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기본적 자세 강조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할 때도 정식 유니폼을 갖춘 상태에서 운동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즉 훈련이나 실전에서나 야구에 대한 진지함을 강조하는 것. 물론 예전 한국적인 관행에 익숙했던 롯데 선수들이지만 모두가 정식 유니폼을 입고 훈련에 임하는 것은 팀 전체가 끈끈한 조직체가 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또 로이스터 감독은 훈련할 때에는 최대한 집중해서 하고 휴식은 철저하게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이것은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빅리그 선수들을 지도했던 경험에서 나오는 일종의 선진형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훈련의 양보다는 질적인 면을 고려하고 훈련 중에는 선수들을 독려하는 움직이는 감독이 될 작정이다. 다소 권위적인 면이 없지 않았던 한국의 감독들과 달리 선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한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감독님’이 아닌 ‘제리’로 불러달라는 그의 말은 결국 선수단과 상하관계가 아닌 눈높이를 맞추는 조력자형 감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 2002년의 히딩크 감독은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고도의 심리전으로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일단 로이스터 감독도 선수단을 장악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이라는 점 하나를 보더라도 롯데 선수들은 많은 것을 배우려 노력할 것이다. 선수들이 감독에게 배우려는 자세로 다가간다면 감독도 자신의 지도 스타일대로 선수들을 이끄는 데 유리할 것이다. 극히 소수지만 스타급 선수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지도자의 조언에 신중하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빅리그를 경험한 로이스터 감독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려는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용병들 또한 감독과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어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할 소지도 적을 것이다. 한 시즌을 보내며 감독은 매일 크고 작은 일들에 대처하며 선수단을 이끌어야 한다.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들과의 관계를 적절하게 정립시키는 것이 리더십의 선결 조건이 될 것이다. 한편 그가 선수단이나 언론 등을 상대로 펼칠 고도의 심리전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에게 칭찬과 믿음을 내비치며 선수단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다. 말 한마디가 부진에 빠진 선수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고 주목을 받지 못했던 무명의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 언론을 상대하는 그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경기 전후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것은 미국에서 이미 몸에 밴 익숙한 일이다. 로이스터 감독이 언론을 상대로 유연한 모습을 유지한다면 롯데 자이언츠의 브랜드 이미지도 상승하는 것이다. 이 모든 점들을 차치하고라도 로이스터 감독이 '야구계의 히딩크'로 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일 것이다. 열정적인 부산 팬들의 성원과 로이스터 감독의 선진국형 리더십, 그리고 선의의 경쟁을 통한 롯데 선수들의 노력이 있다면 올 시즌 롯데의 4강 진출이 멀어보이진 않는다. heman81@osen.co.kr . . .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