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우완 투수 문동환(36). 그도 어느덧 적지 않은 나이가 됐다. 하지만 이 나이에 문동환은 다시 한 번 재기를 꿈꾸고 있다. 문동환에게 부상과 재활은 반갑지 않지만 너무도 낯익은 친구 같은 존재가 됐다. 그의 팔꿈치는 거듭된 수술과 재활로 누더기가 된 지 오래이며 이제는 허리와 허벅지까지 고장이 났다. 꾸준한 피칭의 문동환에게는 부상도 꾸준했다. 하지만 문동환은 언제나 오뚝이처럼 일어나 재기했다. 문동환은 2008년 또 다시 화려한 재기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 2007년의 악몽 대전은 문동환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롯데에서 사실상 버림받은 문동환은 두산을 거쳐 2004년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사실 당시 문동환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2000~2001년 연속으로 팔꿈치 수술을 받고 지루한 재활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 문동환에게 재기의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동환은 2004년 유승안 감독으로부터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으며 재기를 도모했다. 유 감독은 그 해를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놓고 한화를 떠났지만, 문동환이라는 유산을 남겼다. 이후 2년간 362⅔이닝을 던지며 26승18패1세이브 방어율 3.25로 에이스 노릇을 다해냈다. 2007년에도 출발은 좋았다. 시즌 첫 10경기에서 모두 선발등판, 무려 69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2패 방어율 2.97이라는 특급피칭을 이어갔다. 5월31일 사직 롯데전에서 선발등판해 8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시즌 5승째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것이 2007년 문동환의 마지막 승리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문동환은 류현진에 버금가는 이닝이터 능력을 발휘했다. 10경기 중 6경기에서 7이닝 이상 던졌고, 그 중에는 완투승도 하나 포함돼 있었다. 시즌 초반 구대성과 송진우의 동시 부재로 마운드가 헐거웠던 한화에서 문동환은 그야말로 에이스에 어울리는 사명감을 갖고 던졌다. 김인식 감독도 “역시 문동환”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에이스의 투철한 사명감이 발목을 잡을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문동환은 6월6일 수원 현대전에서 2⅔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못 던지고 조기강판됐다. 다름 아닌 부상이 이유였다. 코칭스태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등판을 강행하다 그만 몸이 탈을 일으키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고관절 부상이 허리디스크로 전이되는 최악의 경우를 맞고 말았다. 결국 문동환은 재활군에서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순항하던 문동환에게는 악몽 같은 일이었다. 몸을 사릴 수도 있었지만 시즌 초반 팀의 상황은 ‘에이스’ 문동환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무리한 등판과 이닝소화로 문동환은 72일간 전력에서 이탈했다. 72일 만에 1군으로 돌아온 문동환은 더 이상 문동환이 아니었다. 재활기간 동안 체중을 감량해 문동환 특유의 꼿꼿한 투구 폼에서 나오는 힘있는 공이 사라졌다. 체중 감량으로 볼 스피드가 줄고, 구위가 떨어졌다. 1군 복귀 후 구원등판한 10경기에서 1홀드 방어율 2.31를 기록했지만, 대부분 승패가 기울어진 경기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결정적으로 이 기간 동안 피안타율이 무려 3할2푼1리로 극악의 수치를 보였다. 결국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탈락했고, 플레이오프에서 엔트리에 어렵게 포함됐다. 그러나 두산과의 1차전에서부터 ⅔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난타당했고 이후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더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은 문동환에 대해 “부상 후유증이 생각보다도 크다. 앞으로 선수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 또 한 번의 재기 도전 문동환은 실업 현대 피닉스 시절에 처음으로 팔꿈치에 칼을 댔다. 첫 수술은 그래도 무난했다. 그때는 20대 초중반 팔팔한 시절이었다. 롯데로 이적한 문동환은 1998~1999년 2년 연속으로 팀 내 최다승을 거두며 에이스 노릇을 했다. 특히 1999년에는 17승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2000년 또 한 번 팔꿈치 통증이 재발했다. 시즌을 반만 뛰고 아웃돼 수술하고 재활했다. 2001년 복귀를 노렸지만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비슷한 시기 팔꿈치 통증이 또 도졌고 결국 지긋지긋한 수술과 재활의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이후 2년 가까이 공백기를 가졌다. 한화로 이적한 후에야 문동환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재기에 성공했다는 점이 놀라움이었다. 문동환은 이번에는 익숙한 팔꿈치가 아니라 고관절·허리와 씨름하게 됐다. 팔꿈치와는 또다른 고통이다.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최대한 릴리스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오는 문동환의 피칭 스타일을 고려할 때 허리와 고관절에 가해는 무게와 압력은 언제 도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될지도 모른다. 문동환이 기본적으로 묵직한 직구를 던지는 투수라는 점에서 구위의 하락은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막판 문동환은 우려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힘이 부쩍 떨어진 문동환의 공은 졸지에 배팅볼이 됐다. 그에 따른 자신감 상실은 김인식 감독이 가장 걱정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문동환에게는 다양한 변화구와 정교한 제구력이 있다. 이미 문동환은 롯데 시절처럼 힘으로만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에서 탈피했다. 과거에는 직구와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한화에서 재기한 뒤에는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문동환의 통산 9이닝당 볼넷은 겨우 3.21개에 불과하다. 부상으로 고생한 2001년을 제외한 나머지 9시즌은 9이닝당 볼넷이 3.5개를 넘지 않았다. 과거보다 탈삼진이 줄었지만, 다양한 레퍼토리와 낮은 코스로의 정확한 제구력 그리고 노련한 완급조절로 타자들을 상대할 줄 아는 투수가 바로 문동환이다. 또 한 번의 재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문동환은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게 된다. 30대 후반 베테랑 투수에게 대박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수술과 재활을 딛고 재기한 문동환이라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문동환이 대전구장에 재기의 문(Moon)을 환하게 비추는 순간 한화의 2008년도 훨씬 밝아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