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안젤코와 보비, 서글픈 팔라스카'. 남자 프로배구 용병 3인방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선두를 달리는 삼성화재의 안젤코와 대한항공의 고공 비행을 주도하고 있는 보비는 하루하루가 행복하지만 LIG손해보험의 스페인 거포 팔라스카는 안풀리는 팀 성적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크로아티아 용병 안젤코와 한국 생활 2년차를 맞은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보비는 지난 10일 열렸던 NH농협 2007-2008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나란히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보비는 리그 3위 현대캐피탈과 중요한 승부에서 올 시즌 최다인 41득점을 쓸어담아 대한항공의 짜릿한 3-2 역전승을 일궈냈다. 세트스코어 0-2로 뒤진 상황에서 보비는 큰 키(209cm)를 바탕으로 타점 높은 백어택과 블로킹으로 상대를 뼈아픈 패배로 몰고갔다. 현대캐피탈은 최선을 다했으나 '저승사자'로 불리는 보비를 막지 못했다. 올 시즌 21경기를 뛰는 동안 보비는 총 73세트에 출전, 무려 459득점을 기록했다. 이 중 서브로 23득점을 했고, 블로킹은 33포인트를 올렸다. 수비가 다소 불안한 게 약점이지만 출중한 공격력으로 단점을 상쇄하고 있다. 안젤코도 의미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몸값이 10만 달러에 불과한 저가 용병 안젤코지만 활약만큼은 최고다. 보비가 10일 경신하기 전까지 안젤코는 시즌 최다였던 40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안젤코는 보비보다 한 경기 적은 20경기에 나서 역시 73세트를 뛰었고, 총 506득점을 올렸다. 득점 부문 1위의 기록이다. 안젤코는 블로킹 50득점과 서브 에이스 25개를 성공시켜 여기서도 최고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LIG손보의 팔라스카는 안타깝다. 신구 거포 김요한과 이경수가 있지만 취약한 세터진과 불안한 수비력으로 인해 팀 성적이 4위에 머물고 있다.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팔라스카의 활약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용병 몸값 상한선인 28만 달러의 팔라스카는 스페인 대표팀을 오가면서도 맹활약, 올 시즌 308득점을 올렸다. 대한항공 장광균(320득점)에 이은 득점 부문 4위지만 남들보다 훨씬 적은 15경기에 출전, 50세트에 나선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한 활약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배구팬들은 코트에서 분전하는 팔라스카의 표정에서 뭔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수가 느껴진다고 표현할 정도다. 그만큼 팬들마저 팔라스카의 출중한 실력에 반비례하는 LIG손보의 팀 성적을 안타까워한다는 반증. 안젤코와 보비가 연일 계속되는 스포트라이트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팔라스카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시간을 지내고 있다. 서울 중립경기도 모두 마치고 어느덧 시즌 막바지. 안젤코와 보비가 끝까지 웃을 수 있을지, 팔라스카도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용병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yoshike3@osen.co.kr 안젤코-보비-팔라스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