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인-임재현, '오명' 벗고 부활 '날갯짓'
OSEN 기자
발행 2008.02.12 11: 09

[OSEN=이상학 객원기자] 전직 서울 SK 출신 포인트가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 황성인(32·180cm), 전주 KCC 임재현(31·183cm)이 그 주인공들이다. 기간을 달리해 SK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며 팀을 각각 우승 및 정상권으로 이끌었던 둘은 군입대 전후로 기량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으며 모두 SK를 떠났다. 팀을 떠난 후에도 둘은 예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약속이라도 한듯 최근 둘은 팀 상승세의 밀알으로 떠올랐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 팀의 운명도 좌우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는 사안이다. ▲ 군입대 전후 황성인과 임재현은 과거 SK 전성기를 이끈 주역들이었다.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된 황성인은 데뷔 첫 해였던 1999-00시즌부터 SK 주전 포인트가드로 등용돼 팀을 플레이오프 우승으로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황성인이 군복무를 위해 상무에 입대한 기간에는 임재현이 활약했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SK에 입단한 임재현은 황성인이 빠진 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2000-01시즌 SK를 4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2001-02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준우승을 주도했다. 당시 SK가 외국인선수 한 명 없이 챔피언결정전 7차전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임재현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둘 모두 군입대 전후 활약상이 너무나도 달랐다. 안정된 경기조율로 경기를 훌륭히 조립하며 강점이었던 외곽슛을 십분 활용했던 군입대 전과는 달리 제대 후에는 개인 공격에 치우친 답답하고 이기적인 경기운영으로 경기를 그르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에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가 있다. 군입대 전 둘은 서장훈이라는 거목과 함께 했다. 당연히 서장훈을 중심으로 한 높이의 농구를 펼쳤다. 둘의 정확한 외곽슛은 최고의 궁합이었다. 그러나 군입대 후에는 팀컬러와 선수 구성이 바뀐 상황이었다. 황성인은 빠른 팀컬러를 살리지 못했고, 임재현은 훌륭한 동료들을 활용하지 못했다. 황성인과 임재현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편이다. 대학 시절 둘은 모두 안정된 경기 운영 능력과 정확한 외곽슛을 앞세운 정통 포인트가드였다. 포인트가드로서 경기 운영과 동료들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면서 필요할 때마다 외곽포로 체증을 뚫어주었다. 프로 초창기에도 이같은 능력이 화려하게 빛을 발했다. 그러나 군복무 후에는 예전 감각이 살아나지 않았고 공격에 대한 욕심만 늘어났다. 황성인은 그저 그런 포인트가드로 전락했고, 임재현은 포인트가드가 아니라 슈팅가드로 변질돼 있었다. 대학 시절의 명성과 프로 초창기의 활약상은 어느덧 고액연봉자로서 몸값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난 속으로 묻혀지고 말았다. ▲ 부활의 길 황성인은 2003-04시즌을 끝으로 SK를 떠나 창원 LG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LG는 강동희의 은퇴로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황성인은 LG에서도 명성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황성인이 오자마자 팀은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이는 그 다음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 인천 전자랜드로 이적한 뒤에도 결과는 같았다. 황성인은 첫 우승 이후 무려 5시즌 연속으로 팀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임재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복무를 마치고 황성인이 떠난 자리에 주전 포인트가드로 투입된 임재현 또한 SK에서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 결국 팀을 떠났다. 올 시즌 초반에도 둘은 비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황성인은 그나마 유지했던 공격력도 소멸된 모습이었고 KCC로 옮긴 임재현은 또다시 화려한 멤버들을 조율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둘은 모두 개인기록 전 부문에서 데뷔 후 최악을 달렸다. 고액연봉자로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의기소침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과거에는 욕심에 사로잡힌 모습이었다면 올 시즌에는 자신감을 잃어버린 기색이었다. 황성인은 평균 3.7점·2.7어시스트·1.8리바운드, 임재현은 평균 5.9점·3.5어시스트·2.4리바운드로 기록상으로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더이상의 부활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최근 둘은 거짓말처럼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황성인은 예의 날카로움을 되찾기 시작했고, 임재현도 서장훈의 팀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기 시작한 모습이다. 황성인은 휴식기 이후 4경기에서 평균 5.3점·4.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전자랜드도 이 기간 동안 4연승하며 단독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트레이드와 부상선수 복귀 효과가 컸지만 팀을 무난하게 조율한 황성인의 공도 무시할 수 없었다. 임재현도 휴식기 이후 4경기에서 평균 10.8점·3.8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3점슛 역시 평균 2.25개를 넣으며 성공률 69.2%를 마크하고 있다. KCC도 최근 2연승으로 침체에서 벗어났다. 어둠 속에서 헤매다 부활의 길을 찾기 시작한 모습이다. 황성인은 트레이드 이후 골밑·득점이 안정되자 경기운영과 수비 같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가자미’ 역할을 다해내고 있다. 공격에서는 동료들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포착한 뒤 재빨리 패스로 연결하고 있고, 특유의 힘있는 수비로 상대 공격의 시작을 철통같이 막고 있다. 임재현은 화려한 동료들 속에서 공격 욕심을 억제하고, 코트밸런스를 유지하며 필요할 때 외곽슛으로 동료들에게 집중된 수비를 덜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볼을 갖고 플레이하는 습성을 버리고 빠른 볼처리로 유연한 볼배급을 유도하고 있다. 부활의 길에서 두 선수는 조금씩 자신감을 찾고 있다. 굳이 스스로가 스타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포인트가드는 언뜻 화려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역할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황성인과 임재현은 이제 오명을 벗고, 보이지 않는 밀알로서 부활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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