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시카고 컵스에 2008년은 의미심장한 한 해다. 월드시리즈서 우승한 게 어느덧 정확히 100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만약 올해에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면 100년이라는 세 자릿수를 꽉 채우게 된다. 물론 컵스는 1945년 이후 ‘염소의 저주’에 시달리며 월드시리즈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하고 있는 팀이 바로 컵스다. ▲ 후쿠도메의 가세 이같은 컵스의 오랜 저주를 깰 구원자로 일본인 후쿠도메 고스케가 떠오르고 있다. 후쿠도메는 4년간 48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맺으며 컵스 유니폼을 입었다. 후쿠도메는 FA로 이적, 마쓰자카 다이스케처럼 포스팅 시스템을 거칠 필요가 없었지만 연평균 1000만 달러가 넘는 고액 연봉을 쏟아부었다는 것은 그만큼 컵스가 후쿠도메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루 피넬라 감독은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레벨”이라고 후쿠도메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피넬라 감독은 지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감독 시절 스즈키 이치로의 충격적인 데뷔 첫 해를 직접 지켜본 경험이 있다. 후쿠도메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9시즌간 통산 타율 3할5리·192홈런·647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3할9푼7리의 출루율이 컵스의 마음을 흔들었다. ‘스트라이크존을 구별할 수 있으며 4할 이상의 출루율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평가. 또한 컵스에는 매우 귀한 왼손 타자라는 이점도 있다. 알폰소 소리아노, 데릭 리, 아라미스 라미레스, 마크 데로사 등 오른손 일색으로 구성된 팀 타선에 좌우 밸런스를 더할 수 있다. 피넬라 감독은 후쿠도메를 2번 또는 5번 타자로 기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 후쿠도메는 “기다려진다. 나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흥미롭다. 불안한 마음은 없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컵스 팀 동료들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후쿠도메의 메이저리그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다. 데릭 리는 “후쿠도메는 일본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같은 야구를 했다. 일본에서처럼만 한다면 굳이 메이저리그라 할지라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지 모른다. 일본은 매우 기본기가 좋고 착실한 플레이를 한다. 후쿠도메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잘 해낼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후쿠도메가 테이블세터 또는 중심타선에서 기대대로 활약해준다면, 컵스 타선은 내셔널리그에서 톱클래스 수준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후쿠도메는 타격뿐만 아니라 외야수비와 주루플레이에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컵스의 기대는 커진다. ▲ 안정된 마운드 마운드는 컵스의 강점이다. 지난해 팀 방어율이 리그 전체 4위(4.04)에 올랐다. 18승을 거둔 ‘에이스’ 카를로스 삼브라노를 필두로 테드 릴리(15승), 리치 힐(11승), 제이슨 마퀴스(12승)까지 4명이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삼브라노와 릴리는 좌우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했다. 선발진 방어율은 리그 전체 3위(4.19)에 달할 정도였다. 케리 우드, 마크 프라이어, 맷 클레멘트, 삼브라노가 활약한 2003년(3.69·전체 3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지난해 마무리로 활약한 라이언 뎀스터가 선발로 전환하는 올 시즌 선발 마운드는 걱정이 없다는 것이 컵스의 계산이다. 6년 만에 컵스로 돌아온 존 리버도 리글리필드에서만 통산 29승을 올린 컵스형 투수다. 뎀스터가 선발투수로 변신하지만 컵스의 불펜은 질적으로 보나, 양적으로 보나 나쁘지 않다. 지난해 불펜 방어율이 리그 전체 7위(3.76)에 올랐다. 블론세이브는 14개로 내셔널리스에서는 세인트루이스(11개) 다음으로 적었다. 현재 컵스는 마무리투수로 3명의 후보를 압축해 놓은 상태다. 어느덧 30대가 된 우드를 비롯해 밥 하우리, 카를로스 마몰이 후보 3인방이다. 우드는 마무리 역할을 원하고 있으며 이는 베테랑 하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해 내셔널리그 불펜투수 방어율 2위(1.43)에 빛나는 마몰이 마무리든, 중간이든 승부처에서 중요할 때마다 기용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몰은 승계주자 실점률이 가장 낮은 투수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팀의 큰 뼈대가 되는 에이스의 존재다. 삼브라노에게 다시 한 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브라노는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에이스 중 하나임에 부인할 수 없지만, 지난해에는 근년 들어 가장 좋지 않은 투구내용을 보였다. 시즌 중 5년간 9150만 달러라는 대형계약을 터뜨렸지만, 오히려 계약 직후였던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4승6패 방어율 5.31로 부진했다. 삼브라노는 올해가 장기계약의 첫 해다. 삼브라노는 뉴욕 메츠로 이적한 요한 산타나와 함께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다. 장기계약의 부담감을 이겨내고 에이스의 사명감을 포스트시즌까지 이어갈 있느냐 가 올 한 해 컵스의 명운을 좌우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 우승 100주년? 총액 연봉 1억 달러를 쓰고도 디비전시리즈에서 애리조나에게 3전 전패한 지난해는 컵스에게 실패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에는 후쿠도메와 리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다. 하지만 짐 헨드리 단장은 “우리는 지난해보다 더 나아졌다”고 낙관하고 있다. 헨드리 단장의 눈높이는 지난해 85승보다 더 높아져있다. 피넬라 감독도 마찬가지. 피넬라 감독은 지난해 부임 첫 해부터 컵스를 전년도보다 무려 19승이나 더 쌓게 만들었다. 피넬라 감독은 “지난해 우리는 첫걸음을 뗐다. 올 시즌은 최소 90승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구성”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컵스가 90승을 올린 건 1998년이 마지막이다. 소사가 대활약한 그 해 컵스는 90승73패를 올렸다. 마지막 1승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따낸 승리였다. 그러나 디비전시리즈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게 3전 전패하며 물러났다. 지금 컵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즌 90승이 아니라 월드시리즈 4승이다. 피넬라 감독은 “우승 100주년에 대한 부담은 없다. 오로지 팀을 최정상에 올려놓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우리 스스로 압박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장점만을 취합해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애써 100주년에 대한 부담감을 벗어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컵스는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무려 100년째 기다리고 있다. 과연 컵스는 100년 묵은 우승 가뭄을 해소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