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훈련으로는 도저히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습니다”. 박성화(53)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서운함은 생각보다 컸다. 오는 8월 6일 축구부터 시작되는 2008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박 감독은 한 달도 보장할 수 없는 ‘반쪽짜리 훈련 일정’에 답답해 했다. 박 감독은 지난 12일 전화 통화에서 박 감독은 “훈련 계획이 최악이다. 아무런 대책도 없고, 준비도 없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아닌가 싶어 요즘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림픽팀을 이끌고 1월 스페인 말라가와 라망가를 오가며 약 3주 가량의 전지훈련을 실시했던 박 감독이지만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제대로 훈련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선수단 차출 규정에 따라 올림픽팀은 대회 개막 한 달 전인 7월 7일 소집될 예정.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빡빡하게 짜인 K리그 경기와 컵 대회의 일정으로 박 감독은 여러 차례 선수들을 소속팀으로 보내야 한다. 올해 7월 중 K리그 경기는 12~13일, 19~20일로 예정돼 있고 컵 대회 경기는 9일과 16일 치러지게 돼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소집 훈련은 약 보름 정도밖에 할 수 없고, 소속팀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을 고려하면 전술 훈련은 열흘 가량에 불과하다. 박 감독은 “1월 훈련이 성과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7월 소집되면 선수들은 처음부터 다시 손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며 “그나마 선수들이 계속 팀 일정으로 빠져나갈 텐데 차 떼고, 포 뗀 상황서 어찌 집중 조련이 가능하겠느냐”고 염려했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역시 빡빡한 J리그 일정 속에 융통성을 발휘했다. 소리마치 감독의 일본 올림픽팀은 13일부터 24일까지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과테말라 올림픽팀과 2차례 평가전을 갖고, 치바스 USA 등 현지 MLS 클럽과도 연습 경기가 예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5월 20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리는 툴롱국제대회에 참가가 가능하도록 J리그 각 구단들과 일본축구협회, J리그 사무국이 합의를 봤다. 1월 이후 6개월 이상 강화 훈련을 갖지 못하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만 해도 정신없이 뛰고 있고, 중국은 슈퍼리그 개막 일정까지 조절할 정도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우리만 노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유럽이나 남미 국가들은 모두 리그가 끝난 시점이라 한 달은 물론, 많게는 두 달 가까이 훈련이 가능하다”. 축구협회는 2010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을 대비해 국가대표팀이 소집되는 6월 약 보름 여간 올림픽팀 선수들을 차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K리그 구단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데다 주력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빠져나가면 올림픽팀은 2진만을 꾸려 훈련해야 한다. 박 감독은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놓고 왈가왈부할 수 없으나 설령 6월 소집해도 주요 선수 5~6명이 대표팀에서 뛸 텐데 결국 기대만큼의 훈련 성과는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고 보다 융통성있는 훈련 계획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