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 왕국' 삼성, '가드 농구'의 표본
OSEN 기자
발행 2008.02.13 08: 02

[OSEN=이상학 객원기자] 서장훈이 있던 서울 삼성은 언제나 우승후보였다. 서장훈과 함께 한 지난 5시즌 동안 삼성은 매년 무난하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005-06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최초의 7전 전승 ‘퍼펙트 우승’도 차지했다. 서장훈이 중심이 된 높이의 농구가 원동력이었다. 그런 서장훈이 떠난 만큼 올 시즌 삼성에는 적잖은 곡절이 예상됐다. 서장훈을 대신해 들어온 이상민이 인기에서는 몰라도 성적에서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삼성은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2위를 노리는 강팀이 되어있다. 단 한 시즌 만에 삼성의 팀컬러도 높이에서 스피드로 바뀌었다. 삼성이 강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외국인선수 테렌스 레더-빅터 토마스, 국내 최고의 장신슈터이자 득점원 이규섭 그리고 리그 최고의 가드진이 바로 그것이다. 외국인선수들의 꾸준한 활약과 이규섭의 결정적 화력이 없으면, 가드진의 활약도 무의미할지 모른다. 하지만 삼성이 최근 17경기에서만 무려 14승을 쓸어담으며 기복없는 안정된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는 데에는 가드들의 안정된 경기운영과 원활한 볼 배급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막강 가드진의 주역이 바로 강혁·이상민·이정석·이원수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자람이 없는 가드진이다. 삼성 가드진의 강점은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톱니바퀴 맞물리듯 잘 굴러간다는 점이다. 강혁·이상민·이정석·이원수 모두 돌파와 외곽슛을 갖췄으며 하나같이 비이기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삼성으로서는 굳이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한 선수가 패스에 주력하면, 또 다른 한 선수는 조금 더 득점에 치중하며 외국인선수와 이규섭에게 집중된 수비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 이처럼 코트밸런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삼성의 최대 강점이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강혁과 이상민의 진정한 힘이다. 삼성 가드진의 또 다른 강점은 전력누수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 한 선수가 빠진다고 해서 맥없이 무너질 가드진이 아니다. 올 시즌 삼성은 이상민이 결장한 14경기에서 10승4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강혁이 빠진 2경기에서도 2연승했다. 이정석·이원수라는 예비전력들이 주전으로도 좋은 활약을 펼친 결과였다. 이정석과 이원수는 공격뿐만 아니라 특유의 힘과 빠른 발을 앞세운 끈끈한 압박수비로 상대 공격을 틀어막는데 재주가 있다. 강혁의 수비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수준이고, 이상민도 여전히 수비 열정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수비에도 강점이 있는 가드진인 것이다. 올 시즌 삼성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86.6득점으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삼성 구단 사상 첫 평균 득점 1위가 유력하다. 속공도 경기당 평균 5.12개로 안양 KT&G(5.20개)에 이어 전체 2위에 랭크돼 있다. 빠르고 화끈한 공격농구는 삼성에게 너무나 잘 어울린다. 안정된 볼운반과 유연한 볼처리 그리고 원활한 볼배급으로 삼성 가드진은 상대 수비를 뒤흔들고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역대 최강의 가드진을 구성하며 가드농구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는 삼성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4강 플레이오프 직행티켓을 움켜쥘 수 있을지 농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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