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첫 박사 도전' 남기일, "3년 더 뛰고 은퇴"
OSEN 기자
발행 2008.02.13 08: 11

“K리그에 이런 선수가 있었구나란 평가를 받는다면 전 충분합니다”. 항상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성남 일화의 공격형 미드필더 남기일(34). 조금은 무뚝뚝한 외모를 가졌지만 마음만큼은 따스한 전라도 사나이다. 97년 부천SK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 어느덧 12년차를 맞이한 남기일은 남아있는 선배들보다 후배들이 훨씬 많은 최고참 대열에 포함됐지만 꾸준한 체력 관리와 노력으로 여느 선수 못잖은 플레이를 펼쳐내고 있다. 지난 12일 일본 미야자키현 구마모토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날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난 남기일은 “나이가 많아서 어렵다”는 평가를 받기 싫어 남들보다 곱절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실제로 한 달 가량 전남 순천에서 진행됐던 국내 전지훈련에서도 남기일은 후배들과 똑같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남기일은 이 기간 동안 단체 훈련뿐 아니라 개인 트레이닝에도 정열을 쏟아냈다. 오전 체력훈련, 오후 전술 및 연습 경기로 타이트하게 짜여진 훈련에서 단 한 번도 열외하거나 꾀를 부린 적이 없다. 매일 밤 따로 실시한 웨이트 훈련도 40분 이상 꾸준히 해냈다. “솔직히 죽을 뻔했죠. 성남의 훈련량은 국내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강도가 셉니다. 리그가 끝난 뒤 한참 쉬었던 터라 컨디션을 조절하고,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래도 호랑이 감독님이 옆에서 호통을 치시는데 멈출 수도 없었어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지휘봉을 든 채로 선수단에게 호통을 했던 김학범 감독도 훈련이 끝난 뒤 사적인 자리에선 남기일에게 장난도 치고, 농담도 걸며 철저한 신뢰를 보여줬다. 김 감독은 “(남기일은)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해주는 스타일”이라며 칭찬했다. 남기일은 늘 꾸준했다. 성남이 12년째 프로 생활에서 3번째 팀이다. 부천에서 2003년까지 뛰었고, 2004년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2005년부터 성남에 몸담고 있다. 그간 270경기에 나서 40골-33도움을 기록했다. 경고는 21회, 퇴장은 2번 있었다. 지금도 남기일은 90분 풀타임을 뛰어도 충분한 체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워낙 쟁쟁한 스쿼드를 보유한 성남의 특성으로 인해 백업 요원으로 자주 투입됐다. 붙박이 주전이 아닌 것에 대한 서운함은 없을까? “잔디 냄새는 제겐 마약입니다. 가족만큼이나 축구가 소중하고요. 훈련이 아무리 힘들어도 막상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면 그간의 모든 어려움을 잊게 됩니다. 단순하지만 바로 이게 제가 지금껏 무탈하게 플레이했던 계기인 것 같아요”. 실제로 남기일에게는 딱히 큰 슬럼프가 없었다. 물론 경험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힘들다는 생각을 간혹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매 순간을 즐긴다고 했다. 이제는 뛸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 순간이 아쉽다고도 했다. 남기일은 자신에게 진정한 축구를 하는 묘미를 깨닫게 한 인물로 러시아 출신 명장 니폼니시 감독을 서슴없이 선택했다. 존경하는 축구인은 김학범 감독이지만 축구 선수로서 재미와 즐거움은 니폼니시 감독에게 배웠단다. “많이 부족하고, 뭔가 쫓기는 듯했던 어린 시절, 니폼니시 감독은 축구의 진수를 느끼도록 했습니다. 지금 모시고 있는 김 감독님이 노장으로서 역할을 가르쳐 주셨다면 니폼니시 감독은 제 축구 인생 골격을 다듬어줬습니다”. 프로 시절 남기일은 안좋았던 순간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대부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성남에서는 우승의 짜릿함을 느꼈고, 부천에서는 팬들의 진짜 축구 사랑을 경험했다고 했다. 가끔씩 당시 팬들이 선물한 동영상 자료를 보고 있으면 가슴 한 켠이 찡해지는 것을 느낀다. 남기일은 2010년쯤 현역에서 은퇴하고 싶단다. 앞으로 3년만 더 뛰고, 미련없이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다면 선수로서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진로도 나름 뚜렷했다. 지도자도 좋지만 스포츠 전문 행정가나 경영인이 되고 싶다. 경희대 스포츠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새로운 지식을 배워가는 느낌이 너무 좋다고 한다. 올해가 벌써 졸업반이다. 논문 심사를 거쳐 학위를 받게 되면 현역 선수로서는 최초의 일이다. “성남과 계약이 올해로 종료됩니다. 그 뒤 2년 정도 더 현역으로 남기를 희망합니다. 성남이 절 남겨준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올 연말에 박사 학위를 받으니까 기왕이면 배운 것을 은퇴 후에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남기일을 지켜봐 주십시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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