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다음달 26일 치러질 예정이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 2차전서 태극기 게양 및 애국가 연주를 놓고 벌이는 한국과 북한 축구계의 갈등에 대해 외국 언론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13일(한국시간) 로이터 AP AFP 등 유력 통신사들을 비롯한 외신들은 “북한 측이 한국의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허락하지 않고 있어 양 측이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전세계에 타전했다. 이들 통신들은 유영철 대한축구협회 홍보국장의 코멘트를 인용, 지난 1950년부터 3년간의 한국전쟁으로 인해 갈려진 양 국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에는 FIFA(국제축구연맹)에 중재를 신청할 수도 있다고도 전했다. 실제로 아직 북한 측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조중연 부회장을 비롯한 대표단 7명을 파견, 지난 5일 개성을 방문해 선수단, 취재진, 붉은악마의 방북을 놓고 북한 측 대표단과 실무 협의를 가졌으나 의견을 전달하는 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은 축구협회의 붉은악마 방문도 불허했고 최대 85명까지 제시했던 취재진 숫자도 한 자릿수로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FIFA의 A매치 규정에 따른 당연한 절차인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북한 측은 한반도기를 사용하면서 국가 대신 아리랑을 연주하고 유니폼의 태극 문양도 한반도기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회의 내내 고수하는 바람에 협회 측 대표단은 소득없이 되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입장도 완강하다. 태극기와 애국가 연주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당연히 해야 할 절차조차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기와 국가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경우 북한 대표팀이 참가했던 지난 2005년 제2회 EAFF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민감한 사안이었던 인공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규정대로 허용한 바 있어 통일축구처럼 하자는 북한 측 주장은 국제 사회의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축구협회 김호곤 전무이사는 “협상한 지 일주 일이 넘었으나 아직 북측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경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무리한 추진은 피하겠지만 이달 중 2차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북한 원정 경기가 제3국에서 치러질 가능성도 있으나 축구협회는 오는 6월 22일 서울 상암서 치러질 북한과 홈경기는 당초 계획대로 치를 예정이다. 한편 붉은악마는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상적인 응원이 불가할 경우 평양 원정을 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yoshike3@osen.co.kr 지난 2005년 한국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서 남북한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