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김승현 유무 따라 '하늘과 땅'
OSEN 기자
발행 2008.02.14 08: 29

[OSEN=이상학 객원기자] 대구 오리온스는 올 시즌 부동의 최하위로 추락했다. 41경기에서 7승34패, 승률 1할7푼1리로 9위 울산 모비스와도 승차가 무려 4.5게임이나 난다. 오리온스의 추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포인트가드 김승현(30·178cm)의 부상 공백이 결정타였다. 김승현은 모비스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악화돼 4라운드 복귀할 때까지 27경기에 결장했다. 최근에도 부상 재발로 1경기 더 결장했다. 오리온스는 김승현이 결장한 28경기에서 3승25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김승현 부재시 팀 승률(0.107)은 겨우 1할을 넘는 수준이다. 경기 내용은 더욱 더 형편없었다. 김승현이 빠진 28경기에서 오리온스의 평균 득실점 마진은 무려 -12.0점이었다. 이 가운데 20점차 이상 대패도 6경기나 포함돼 있다. 전무후무한 프로농구 세계 최다 32연패 기록을 세운 지난 1998-99시즌(-11.4점)보다도 더 나쁜 역대 프로농구 최악의 수치였다. 그만큼 오리온스는 총체적 난국에 시달렸다. 하지만 김승현과 함께 할 때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올 시즌 오리온스는 김승현이 출장한 13경기에서 4승9패를 기록했다. 오리온스가 거둔 7승 중 4승이 김승현이 뛴 경기에서 기록한 것이었다. 팀 승률은 고작 3할8리밖에 되지 않지만 김승현 부재시보다 2할 넘게 상승했다. 20점차 이상 대패는 딱 한 번밖에 없었다. 평균 득실점 마진도 -6.5점으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외국인선수들의 골밑 장악력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거둔 경기력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될 부분이라는 평이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개인으로나 팀으로나 최악의 한 해가 되고 있는 김승현이지만, 여전히 기량하나만큼은 명불허전이다. 득점은 평균 7.2점으로 데뷔 후 가장 낮지만 어시스트(8.0개)·스틸(2.08개)은 변함없이 위력적이다. 특히 어시스트 부문에서 어느덧 단독 1위로 발돋움했다. 지난 2일 서울 SK전에서는 무려 16어시스트를 배달하며 떠오르는 신성 김태술과의 맞대결에서 압도했다. 그러나 김승현이 허리통증 재발로 결장한 9일 창원 LG전에서 오리온스는 시즌 최다 36점차로 대패를 당할 정도로 공백을 실감했다. 오리온스에서 김승현의 존재감은 수치적으로도 잘 나타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형적인 효과는 어쩌면 더 클지 모른다. “우리 팀 선수들은 (김)승현이가 아닌 다른 선수들이랑은 함께 플레이하지 못한다”는 것이 오리온스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실제로 오리온스는 김승현이 들어온 후 공격의 활로가 확 뚫리고, 선수들의 집중력과 정신력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른바 ‘김승현 효과’다. 오리온스 김상식 감독대행은 13일 안양 KT&G를 꺾은 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지만 다음 시즌을 대비해 남은 경기에서도 김승현을 투입시키겠다"고 밝혔다. 김승현은 “우리 팀은 항상 즐기는 농구를 하려고 한다.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즐겁게 농구할 수 있도록 팬들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오리온스는 사상 첫 6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던 시절 팬들을 즐겁게 하는 재주가 있는 팀이었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김승현이 있었다. 김승현이라는 심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오리온스에게 남은 경기들은 즐거운 ‘고춧가루쇼’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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