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미완의 거포’ 한화 김태완(24)과 KIA 김주형(23)이 포지션 변경으로 유망주 껍질을 벗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태완과 김주형은 지난해까지 내야수로 활약했지만, 올 스프링캠프에서는 외야훈련에 한창이다. 포지션 변경의 결정적 이유는 공격의 극대화다. 김태완은 1루수 김태균, 김주형은 3루수 이현곤에 밀려 내야수로는 풀타임 주전이 어렵다. 그러나 포지션 변경은 쉽지 않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변신은 그나마 덜 하지만 위험부담은 마찬가지다. 과연 두 미완의 거포가 외야수로 연착륙할 수 있을까. 김태완 김태완은 지난 2006년 성균관대를 졸업한 후 계약금 1억10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지난 2002년 2차 8번으로 한화에 지명받은 상태였다. 대학 시절부터 거포로 인정받은 김태완은 지난해 시범경기를 통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시범경기 8게임에서 타율 3할1푼8리·3홈런·7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홈런·타점 모두 시범경기 1위였으며 당시 기록한 안타 7개 중 홈런이 3개, 2루타가 3개였다. 물론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였고, 시즌 후 김태균은 변함없이 1루를 지켰다. 김태완의 자리는 지명타자밖에 없었다. 김인식 감독은 거포 자질이 보인 김태완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김태완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6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4푼5리·4홈런·12타점에 그쳤다. 삼진 22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9개밖에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에서 4경기 중 2경기에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할 정도로 기대는 변함 없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해 잠깐 실험했던 김태완의 외야수 변신을 실험이 아닌 실행으로 바꾸었다. 기존의 김태균-이범호와 더불어 김태완이 거포로서 한 축을 차지한다면,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위력을 더할 것이 분명하다. 190cm, 98kg이라는 ‘거포형’ 체격조건을 자랑하는 김태완은 파워 넘치는 타격을 한다. 그러나 스윙이 간결하지 못해 스윙스피드가 느리고, 빠른 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초조한 마음에 타격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선구안마저 엉망이 되어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시원하게 외야로 보낸 타구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부담을 벗어낸 시즌 중반부터 타격이 점차적으로 살아났다. 7월 이후 타율이 3할2푼7리였다. 외국인선수 덕 클락을 비롯해 고동진·조원우·이영우·연경흠·윤재국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김주형 KIA가 김주형에게 건 기대가 얼마나 컸는가. 지난 2003년, 2004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을 앞두고 KIA는 고민에 빠졌다. 연고지에 2명의 대형 유망주가 등장했기 때문. 고교랭킹 1위이자 메이저리그로부터 주목받은 효천고의 우완 정통파 김수화(롯데)가 있었지만 전형적인 거포 타입인 동성고의 김주형도 무시할 수 없었다. 고교 3년간 김주형이 남긴 기록은 타율 4할3푼3리·20홈런·52타점으로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결국 장고 끝에 KIA는 185cm, 93kg으로 당당한 체격조건을 갖춘 미래의 거포 김주형을 택했다. 계약금으로 3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김주형이 보여준 결과물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4년간 고작 15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4리·10홈런·36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것이다. 삼진을 무려 89개나 당하는 사이 볼넷은 겨우 22개밖에 얻지 못했다. 지난해 36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6홈런을 때려냈지만, 결국에는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고질적으로 변화구에 약했고 배트스피드도 느렸다. 구단 안팎에서는 성실하지 못하고 독기가 없다는 지적이 따랐다. 하지만 김주형이 입단한 이후 KIA는 매년 코칭스태프가 바뀌었고, 이것이 김주형의 성장에도 득이 되지 못했음은 자명했다. 김주형 입단 후 어느덧 4번째 사령탑이 된 조범현 감독은 김주형을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업시켰다. 김주형의 3루수 자리에 타격 2관왕에 빛나는 이현곤이 버티고 있는 것이 결정타였지만 궁극적으로 김주형의 수비 부담을 덜어내 타격에만 전념토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김주형은 3루수뿐만 아니라 1루수·2루수까지 맡았다. 가뜩이나 타격이 안 좋은데 수비에서도 부담을 안은 상황이었다. 내야에 비해 외야경쟁은 수월한 편이다. 이용규·이종범·심재학·김원섭·강동우·최경환 그리고 신인 나지완이 있지만 확실한 주전은 이용규밖에 없다. 김주형으로서는 타격에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이다. 왜 거포인가 한화는 김태완이 하루빨리 ‘실전형’ 거포로 성장해주길 바라고 있다. 규모가 가장 작은 대전구장을 홈으로 쓰는 한화로서는 장타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다. 외국인선수로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덕 클락을 택한 만큼 김태완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KIA도 오래된 유망주가 되어가고 있는 김주형이 팀에 부족한 오른손 거포로 중심타선의 한 축을 메워주길 기대하고 있다. KIA는 전신 해태 시절부터 김봉연·김성한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오른손 거포가 없었다. 공들여 영입한 박재홍과 마해영은 모두 실패작이 됐다. 김주형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둘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는 그들이 바로 거포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프로야구는 극심한 투고타저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큰 틀에서는 투수들이 득세하고 있다. 야수 쪽에서는 유망주가 많지 않다. 이용규·이종욱·이대형 같은 교타자들은 꾸준히 배출됐지만 거포를 구경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서도 젊은 거포로는 김태균·이대호·이범호밖에 없다. 하지만 김태완과 김주형이 껍질을 깨고 미완의 꼬리표를 뗀다면 투고타저의 그늘에서도 조금씩 벗어날 것이다. 거포 외야수로의 연착륙이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