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범-이동준,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OSEN 기자
발행 2008.02.14 09: 30

[OSEN=이상학 객원기자] 최근 프로농구의 새로운 트렌드는 해외파 선수들이다. 그러나 해외파에 대한 기대감은 곧 거품으로 판명나며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한상웅(SK)은 점점 전력 외가 되어가고 있고, 에릭 산드린(모비스)은 과연 귀화 후에도 기대대로 활약할 수 있을지 조금씩 의문이 들고 있다. 울산 모비스 김효범(25·195cm)과 대구 오리온스 이동준(28·198cm)도 기대와 실망의 중간선상에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둘은 나란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김효범은 4개월 만에 20점대 득점을 올렸고, 이동준은 야투 8개를 모두 적중시켰다. 김효범과 이동준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그들을 향한 기대치는 변함없이 높다. ▲ 김효범 이야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김효범을 직접 뽑은 주인공이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유 감독이지만 지난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김효범을 지명했다. 올 시즌 초반 유 감독은 “김효범은 원래 개인 기량이나 슈팅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다만 미국에서와 달리 한국농구에 적응하지 못해 작년까지는 많이 기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팀 기둥이 되어야 할 선수이기 때문에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계속 기용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이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김효범은 41경기 가운데 29경기에서 주전으로 출장했으며 경기당 28.3분을 소화하고 있다. 김효범은 지난 2시즌간 71경기에서 평균 3.4점에 그쳤다. 야투성공률은 34.5%로 형편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출전시간이 늘어난 만큼 개인기록도 향상됐다. 올 시즌 41경기에서 평균 11.0점을 기록하고 있다. 야투성공률도 41.1%로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김효범은 가지고 있는 기량을 모두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야투성공률이 40%를 간산히 넘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효율적인 득점원으로는 불합격이다. 그렇다고 상대 파울을 유도해 자유투를 얻어내는 스타일도 아니다. 평균 1.71개의 자유투를 얻는 데 그치고 있다. 2점슛(185개)보다 3점슛(209개) 시도가 더 많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분명 김효범은 발전했다. 종종 승부처에서 보여주는 폭발력이나 놀라운 골밑 돌파력은 김효범의 가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만한 체격조건에 그만한 운동능력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데뷔 때와 비교하면 1대1 수비력도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팀원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효범의 딜레마다. 때때로 팀 조직력을 해치는 개인플레이도 없지 않다. 자유분방한 미국식 농구를 몸에서 완전하게 떨쳐내지 못한 탓이다. 볼 소유시간이 많은 편이지만, 어시스트는 많지 않다. 모비스가 모션오펜스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 농구는 1대1 경기가 아니라 5대5 경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 이동준 이야기 이동준은 미지의 선수였다. 한국으로 귀화하고, 연세대 입학 후에는 선수자격 문제를 놓고 괜한 문제에 휩쓸렸다. 농구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었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그의 기량은 오리온스의 전체 2순위 지명으로 이어졌다. 이동준은 곧바로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에 합류했다. 적은 출전시간에도 특유의 운동능력과 야생마 같은 플레이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에는 손쉬운 골밑슛까지 놓치는 등 어정쩡한 플레이로 실망을 안겼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도 토종빅맨들에게 번번이 뚫리며 자동문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2라운드를 기점으로 조금씩 살아났다. 외국인선수 부상으로 골밑이 무너졌고 이동준의 출전시간도 점차적으로 늘어났다. 출전시간은 자연스럽게 성장으로 이어졌다. 딱딱한 폼으로 던지는 중거리슛은 불안했지만 곧잘 들어갔고,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는 능력은 상대 수비에도 위협적이었다. 김효범·한상웅(SK) 등 같은 교포 출신 선수들은 포지션이 플레이를 조립하고 정립하는 가드라는 점에서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이동준은 빅맨으로서 비교적 빠르게 적응해갔다. 그러나 시즌 전 기대했던 모습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외국인선수급’ 경기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동준은 올 시즌 40경기에 출장, 경기당 26.5분을 소화하며 평균 11.2점·5.3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야투성공률은 54.0%로 국내선수 중 가장 높다. 그러나 딱딱한 슛폼, 높은 수비자세, 부족한 완급조절, 낮은 한국농구 이해도 등 문제점도 많다. 체력도 아직 풀타임 주전으로 한 시즌을 소화하기에는 부족하다. 김상식 감독대행은 이동준에 대해 “힘이 좋지만, 괜히 쓸 데 없이 뛰어다니며 체력을 소모하는 면이 없지 않다. 기술적으로도 문제점이 많고, 경기운영 능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당초 기대만큼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한 선수가 바로 이동준이다. ▲ 그들은 성장 중 올 시즌만 놓고 볼 때 김효범과 이동준은 최악의 조건에서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지 모른다. 김효범은 이렇다 할 정통 포인트가드가 없고, 외국인선수가 최하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시점에서 분전했다. 이동준도 김효범과 마찬가지였다. 이동준의 경우에는 가드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빅맨이라는 점에서 상실감이 더욱 컸다. 하지만 둘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보장된 출전시간에서 최대한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동준은 김승현이 합류한 이후 골밑 공격을 살리고, 속공 가담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즌초보다 마음을 급하게 안 먹고 여유있게 플레이한다”는 것이 이동준의 말이다. 개인기량에서 둘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제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팀원들과 함께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 성장도 제한적일지 모른다. 김효범은 스크린을 활용하거나 볼이 없을 때 움직임이 밋밋하고, 이동준은 꾸준히 움직이지만 효율적이지 못하며 빅맨으로서 스크린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들을 살려주는 것은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의 몫이다. 유재학 감독은 3년 만에 김효범을 ‘선수’로 만들었고, 김상식 감독대행은 주태수를 트레이드로 보내 이동준에게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둘 모두 전형적인 야생마 스타일이다. 조련을 통해 기가 산 야생마는 머지 않은 미래, 천하를 호령할 적토마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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