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5년 만에 K리그 정상을 다시 밟으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포항 스틸러스에 최근 나쁜 일들이 줄지어 터져나오며 ‘신화 재현’을 다짐하고 있는 파리아스 감독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며 리그 2연패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향한 담금질에 여념이 없는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 14일 불과 하루새 팀 주축 선수들과 관련된 두 가지 나쁜 소식을 전달받아야 했다. 주전 골키퍼로 대표팀에서도 활약 중인 정성룡(23)과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 내려간 멀티 플레이어 박원재(24)의 재계약이 난항을 겪고 있고 대표팀에 발탁됐던 미드필더 황재원(27)이 '개인 사정'으로 대표팀을 사퇴, 당분간 축구에 정진하기 어려워진 것. 올해 FA(프리에이전트)로 풀린 정성룡과 박원재는 “반드시 붙잡고 싶다”는 파리아스 감독의 바람에도 불구, 연봉 협상이 어려워지며 결국 지난 11일 AFC에 제출한 2008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정성룡, 박원재와 재계약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정성룡은 수도권의 한 구단으로 이적이 임박했고, 한때 전북 트레이드설이 나돈 박원재는 국내 잔류와 J리그행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파리아스 감독은 언론을 통해 “정성룡과 박원재는 내 스타일을 잘 알고 있고, 가장 훌륭하게 따라주는 훌륭한 선수”라며 “협상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부디 서로 목표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남아줬으면 한다”고 밝혀왔다. 동아시아선수권 출전차 13일 중국 충칭으로 출국했던 황재원이 짐을 꾸려 되돌아오게 된 사태도 파리아스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 포항을 둘러싼 악재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난 시즌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C에 임대됐던 수비수 오범석(25)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진출과 성남 일화 트레이드를 놓고 여전히 설왕설래다. 보유권을 주장하며 성남으로 이적시키려는 포항 측 입장은 완고하다. 사마라 FC로 이적하려는 오범석과는 달리 김현식 포항 사장은 “오범석이 우리 선수라는 방침에는 변함없다”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섣불리 추이를 전망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FIFA(국제축구연맹)의 중재에 맡겨야 한다. 포항에게 이번 2008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K리그 4년차 파리아스 감독을 중심으로 한 신화 창조가 더 이상 ‘기적’이 아니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국내외에서 확실한 성과를 올려야 한다. 연초부터 불길한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포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