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과 이창동의 다르고 같은 점
OSEN 기자
발행 2008.02.15 09: 03

노무현 정권에 이어 새로 출범할 이명박 내각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문화부 장관에 각 직업 출신별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인사들이 기용된 것이다. 이창동 감독(54)이 영화감독 출신 첫 장관이었다면 새 정부의 유인촌 장관(57)은 TV 탤런트 출신 첫 각료로 기록된다. 빠르면 15일 발표될 이명박 정부의 첫 내각에서 돋보이는 인물 가운데 한명이 바로 유인촌 교수다. MBC의 고품격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를 통해 국민 탤런트로 발돋움했던 그는 최근 연기 활동을 뒤로 한 채 중앙대 연극영화학부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주력하며 정치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 연말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문화예술계 최측근으로 전면에 부각됐고, 일찌감치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내각 인선에서 문화부 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에서 영화감독 이창동, 연극배우 김명곤 등이 장관을 지낸 데 이어 탤런트 출신으로 문화부의 수장 자리에 오르는 영예를 안은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과의 인연은 지난 1990년 현대건설의 성공신화를 다룬 TV 드라마 ‘야망의 세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샐러리맨 성공 신화로 불렸던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 역할을 맡게 된 그는 수차례 만남에서 깊고 진한 인간적 교분을 쌓았다. 솔직하고 담백한 유인촌의 모습에 반한 이 당선인은 이후 서울시장으로 재직 시절 설립한 서울문화재단의 초대 대표이사에 그를 불렀다. 유 장관이 연기 활동을 중단하고 중앙대 교수직과 공직 활동에만 전념한 것도 이 때부터. 이 당선인이 대통령 출마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뒤로는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물심 양면으로 선거 운동에 앞장서는 열의를 보였다. 또 연예계에 두터운 그의 인맥을 십분 활용해 대선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유 장관과 달리 이창동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 측면 지원에 치중한 편이다. 영화 '초록 물고기'를 찍으면서 배우 명계남 문성근과 평생 동지를 약속한 그는 두 사람이 노사모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노 대통령은 내각 발표에서 이창동 감독을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 정가 안팎에서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참여정부 탄생에 앞장섰던 명계남 문성근에 대한 배려성 인사라는 소문도 무성했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던 이 감독은 이를 수락했고, 재임기간 중 스크린쿼터 축소 등의 아픔도 겪었지만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장관 퇴임 후 그는 지난해 전도연 송강호 주연의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성공적으로 영화계 복귀를 마쳤다. 유인촌 신임 문화부 장관과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결정적 차이는 유 장관이 새 정권의 실세 인사인 반면에 이 감독은 조력자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영화계 일선에 있다가 장관 직에 취임했고 퇴임하자마자 현장으로 돌아갔던 이창동 감독과 달리 유인촌 장관은 지난 수 년 동안 연기 보다 교직과 사회 활동에 치중하다 내각에 진입함으로써 향후 정계 활동을 계속하는 쪽에 무게 중심이 실릴 전망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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