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종, '혼전' 신인왕 레이스서 '뜬다'
OSEN 기자
발행 2008.02.16 10: 27

[OSEN=이상학 객원기자] 안양 KT&G 양희종(24·194cm)이 프로농구 신인왕 레이스의 블루칩으로 뜨고 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KT&G에 지명된 양희종은 일찌감치 신인왕 후보로 분류됐다. 이미 연세대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은 특급 포워드였다. ‘황금어장’이나 다름없었던 지난해가 아니었더라면 충분히 전체 1순위로 지명되고도 남을 선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시즌 전부터 연세대 출신 ‘친구’ 김태술(SK)·이동준(오리온스) 등과 치열한 신인왕 레이스를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건 ‘토종빅맨’ 함지훈(모비스)이었다. 함지훈은 프로농구에 귀한 토종빅맨으로서 외국인선수와 맞먹는 활약으로 주가를 드높였다. 1라운드 전체 10순위라는 낮은 드래프트 순위는 오히려 함지훈의 활약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함지훈이 예상밖으로 선전 속에서 김태술이 추격하는 양상으로 신인왕 레이스는 전개됐다. 김태술은 줄곧 어시스트 부문 1위에 오르며 함지훈과 2파전을 형성했다. 양희종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5라운드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함지훈이 지난 9일 서울 삼성전에서 오른쪽 무릎 반월판이 찢어지는 중부상을 당하며 시즌아웃된 것이다. 무릎 수술을 하게 된 함지훈은 수술 후에도 3개월 가량 재활기간이 필요하다. 팀 성적이 하위권으로 처진 가운데 남은 경기 출장 불가로 인해 개인기록으로 어필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와 함께 김태술의 서울 SK도 방성윤의 공백이 점점 더 커지며 하향세를 보이더니 6강 플레이오프 경쟁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틈을 타 양희종이 떠오르고 있다. 양희종은 올 시즌 팀의 43경기 모두 출장, 평균 7.7점·3.4리바운드·2.0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기록에서 함지훈과 김태술은 물론 정영삼(전자랜드)에게도 뒤진다. 하지만 양희종은 기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선수다. 양희종의 강점은 수비와 허슬플레이에 있다. 이미 국제대회에서도 인정받은 1대1 수비력으로 상대 주득점원을 봉쇄하고 있으며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팀 사기를 고취시키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는 평균 11.7점을 올리며 득점력도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다. 신인왕 레이스의 가장 큰 판단 기준은 역시 개인 성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팀 성적과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1998-99시즌 원주 나래(현 동부) 신기성은 개인 기록에서 서장훈·현주엽에 크게 뒤졌지만 팀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별다른 잡음없이 신인왕을 수상했다. 물론 ‘신인 아닌 신인’ 서장훈·현주엽의 청주 SK가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긴 여파가 컸다. 하지만 역대 신인왕 10명 가운데 8명이 최소 팀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2004-05시즌 양동근, 2005-06시즌 방성윤의 경우에는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가운데 신인 중 독보적인 개인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무난하게 신인왕을 차지할 수 있었다. 개인 기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양희종에게 적용되는 신인왕 마지노선은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2위 자리가 될 전망이다. 최근 양희종이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팀 공헌도가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이것이 또 KT&G의 2위 수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김태술이 어시스트 타이틀을 차지하거나, 팀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 경우에는 개인기록에서 뒤지는 양희종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설령 김태술이 어시스트 타이틀을 놓치고,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더라도 개인기록·임팩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한 함지훈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양희종으로서는 남은 11경기에서 팀 성적과 개인 활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고 김태술에게 불운이 따르는 것만이 신인왕 레이스에서 극적인 뒤집기를 이룰 수 있는 길이다. 1999-00시즌 KT&G의 전신 SBS 소속 김성철은 시즌 막판 폭발적인 활약으로 프로농구 사상 가장 극적인 뒤집기를 연출한 바 있다. 김성철은 2000년 2월 신인으로는 최초로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등 시즌 막판 폭발적인 활약으로 마지막 6경기 전에만 하더라도 9위까지 처졌던 팀을 5연승과 함께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조상현·황성인·조우현 등을 따돌리고 신인왕을 차지했었다. 물론 당시 김성철의 평균 득점은 ‘당연히’ 두 자릿수(12.7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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