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판 심판 불신, '더 이상은 곤란하다'
OSEN 기자
발행 2008.02.16 11: 22

2007-2008 SK텔레콤 프로농구가 시즌 막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양보 없는 일전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이 들어가는 것은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선 당연지사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때론 ‘부작용’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심판에 대한 불신과 판정에 대한 지나친 항의다.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래 심판 문제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심판의 자질이 부족하다거나 우리 농구 수준의 한계라는 지적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행태를 보면 우리 농구계에서 심판에 대한 존경심을 찾아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달 19일 SK와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이상민이 심판의 판정에 지나친 항의를 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두 번 당하고 퇴장당했다. 이상민은 지난 9일 모비스와 홈경기에서도 경기 도중 판정에 심한 항의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선두권 다툼이 심해 흥분하면서 실수한 것 같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또 15일 동부와 전자랜드의 경기에서도 시작부터 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양 팀 모두 심판의 휘슬에 그냥 넘어간 적이 없었다. 판정을 내리는 심판이나 경기를 하는 선수 및 코칭스태프 모두 불만스럽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농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신체의 접촉이 많고 공수 교대가 워낙 빠르다보니 심판도 인간인 이상 실수하거나 순간을 놓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우리 선수들은 심판의 판정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박빙의 승부를 벌이던 순간에 나오는 오심에 화가 나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런 오심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올바른 판정에도 어필을 하고 인상을 찌푸리는 선수들이 많다.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도 예외는 아니다. TV중계를 보거나 직접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이제 심판에 대한 항의는 경기의 한 장면으로 아무렇지 않게 인식되고 있다. 한국 스포츠계의 특성상 선후배 관계가 존재하고 그것이 같은 종목이라면 더더욱 심하다. 현 KBL 심판 중에는 선수 출신도 있고 농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많다. 선수나 코칭스태프의 입장에서는 심판들이 정확한 판정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포청천’이 아니라 농구계의 선후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심판 본연의 모습을 존중하기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으로 판정을 해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근본적으로 심판의 오심의 횟수가 줄어들고 사심이 들어가지 않는 명확한 판정을 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만 출범 이래 끊이지 않았던 심판 불신에 대한 논란이 소멸될 것이다. 이제 한국농구의 역사도 100년이 지났다. 또 프로농구의 인기도 지속적으로 번지고 있고 뛰어난 체격조건을 갖춘 젊은 선수들의 대두로 남자농구의 신구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다. 한국이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한층 더 성숙하고 세련된 농구 문화를 창출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심판에 대한 불신의 마음을 없애고 그들을 존경하고 때로는 인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래야 심판들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경과 신뢰를 받아 더 정확하고 소신 있는 판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heman81@osen.co.kr 지난달 19일 삼성-SK전서 파울을 선언당한 삼성 이상민이 심판에게 항의하자 박영민이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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