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빈틈없는 마운드', 박찬호 자리는?
OSEN 기자
발행 2008.02.18 07: 33

[OSEN=이상학 객원기자] 빡빡하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박찬호(35)가 다시 파란색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과연 다저스 유니폼을 계속해 입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저스 마운드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지난 14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시작된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다. 스프랭캠프 훈련성과와 시범경기 활약여부에 따라 정식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계약을 하더라도 빅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박찬호는 “선발이 아니라면 굳이 다저스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발진은 물론 불펜진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탄탄한 선발진 다저스는 브래드 페니, 데릭 로, 채드 빌링슬리, 구로다 히로키로 1~4선발이 구성됐다. 1~4선발만큼은 확고부동하다. 페니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제1선발이다. 지난해 33경기에 선발등판해 208이닝을 소화하며 16승4패 방어율 3.03이라는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제2선발 로도 33경기에 등판, 199⅓이닝을 던져 12승14패 방어율 3.88이라는 준수한 활약을 했다. 두 선수 톱클래스로 발돋움한 이후 부상이 적고, 꾸준한 활약을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3선발 빌링슬리는 다저스가 자체적으로 키워낸 유망주다. 지난해 43경기에서 12승5패 방어율 3.31로 가능성을 보인 빌링슬리는 박찬호 이후 첫 다저스 팜 출신 선발 10승을 꿈꾸고 있다. 4선발은 구로다가 차지했다. 다저스가 영입 경쟁에서 나머지 팀들을 따돌리고 데려온 귀한 투수다. 연평균 최소 연봉 1200만 달러를 보장받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투수 중 역대 최고액. 다저스팬들 사이에서는 그만한 연봉을 안길 필요가 있냐는 비관론도 없지 않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솔리드한 정통파 투수를 마다할 팀은 없었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성적은 103승98패 방어율 3.69로 평범한 편. 일본보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잘한 일본인 투수는 많았지만 불펜과 선발은 다르다. 하지만 기회는 충분히 주어질 것이다. 다저스 주전포수 러셀 마틴은 벌써 구로다의 구위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박찬호가 노릴 수 있는 자리는 5선발밖에 없다. 하지만 5선발 자리에는 다저스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호빵맨’ 제이슨 슈미트가 있다. 3년 4700만 달러 장기계약을 맺고 맞이한 첫 해였던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6경기밖에 던지지 못했지만 어깨 수술을 받고 성공적인 재활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슈미트에게 우선적으로 제5선발 진입 기회가 돌아갈 공산이 크다. 슈미트 외에도 에스테반 로아이자도 5선발 자리를 노리고 있는데 연봉도 750만 달러로 고액이다. 아직 계약도 맺지 못한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박찬호가 5선발을 노리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불펜도 만선 박찬호는 국제대회에서 중간·마무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마당쇠’ 역할을 다해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다르다. 선발투수가 아니라면 존재의 이유도 없다는 것이 박찬호의 의지다. 그러나 설령 불펜등판을 수용하더라도 다저스 불펜에는 자리가 많지 않다. 이미 다저스는 불펜도 만선이다. 마무리투수 사이토 다카시를 비롯해 조 바이멀, 조나단 브록스턴, 루디 시에네즈, 스캇 프록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다저스 불펜 방어율은 내셔널리그 5위(3.82)로 올려놓은 주역들이다. 이외에도 궈홍즈, 옌시 브라조반, 에릭 스터츠, 클레이턴 커쇼 등이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현재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선수 중 무려 10명이 빅리그 출신이다. 마이크 마이어스, 톰 마틴 등 잔뼈굵은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왼손 투수로 불펜에 최적화된 선수들이다. 조 토레 감독은 불펜에 왼손 투수들을 2~3명 정도 넣을 계획. 초청선수 중에서도 박찬호보다는 이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현재로서는 기존 투수들의 건강 이상이 없는 한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다저스는 연봉 총액이 1억 달러를 넘는 7개팀 중 하나이며 언제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한다. 시즌 중 문제가 생기면 트레이드에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는 올해로 LA 이전 50주년을 맞이한다. 여느 해보다도 더 월드시리즈 우승을 원하고 있다. ‘명장’ 토레 감독을 영입한 뒤 앤드류 존스까지 데려와 타선을 보강했다. 마틴을 필두로 제임스 로니, 맷 켐프, 안드레 이디어 등 젊은 야수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토레 감독은 베테랑들을 중용하는 스타일이다. 다저스에는 노마 가르시아파라, 제프 켄트 등 쓸만한 베테랑들도 많다. 게다가 다저스는 베테랑들을 재활용해 재미를 보는데 일가견있다. KIA에 입단한 호세 리마도 그 중 하나였다. 당장의 성적과 부분적인 세대교체를 놓고 또 다시 갈림길에 설지 모르는 다저스에서 과연 박찬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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