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는 언제쯤 투입될 수 있나요?". "허...참". 공식 인터뷰에 나온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또 한 번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시즌 개막 때부터 나온 용병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 때문이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용병을 언제쯤 영입하느냐'는 것에서 '용병은 언제쯤 출전하느냐'는 내용으로 질문이 바뀌었다는 점. 지난 17일 오후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07-2008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라이벌 삼성화재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역시 삼성화재의 왼쪽 공격수 안젤코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안젤코에게 무려 27득점을 내주며 뼈아픈 패배를 맛봐야 했다. 당연히 용병에 대한 물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현대캐피탈 벤치에는 최근 영입한 브라질 국적의 레프트 로드리고 로드리게스 질(30)이 모습을 드러냈으나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8000여 배구 팬들은 로드리고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쳐지자 열렬한 환호와 함성을 보내며 외국인 용병의 화려한 데뷔에 잔뜩 기대를 걸었으나 김 감독은 끝내 로드리고를 투입하지 않았다. 삼성화재전 출전이 유력해 보였던 로드리고에 대해 김 감독은 "24일 천안서 열릴 상무와 경기에 출전시킬 생각"이라면서 "이르면 19일 한국전력과 수원 경기에 잠깐 투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어제 용병을 영입했다고 해서 오늘 당장 출전시킬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용병없이도 지금껏 잘해왔고, 이렇다 할 문제는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특급 용병' 루니가 지난해 6월 이탈리아서 벌어진 월드리그 경기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뒤 마음을 바꿔 러시아 무대로 떠나는 바람에 현대캐피탈은 대안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했고, 결국 올 시즌을 용병없이 시작했다. 그만큼 용병으로 인해 애를 태웠던 현대캐피탈이다. 자세한 언급은 피했지만 루니 이후 8개월 여 만에 영입한 용병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거짓일 수 밖에 없다. 김 감독은 "(로드리고가)안젤코 보비 팔라스카에 비해 썩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공격력 강화와 선수 운용폭에 있어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게 함축돼 있는 발언이다. 로드리고는 96년부터 99년까지 4년 여 간 브라질 국가대표로도 활약했으며 최근까지 이탈리아 2부리그 에들레스 카브리아고에서 활약해왔다. 지난 시즌 총 29경기, 113세트에 출전해 총 419득점을 올렸던 로드리고는 2006년 대회 MVP(최우수선수상)를 수상했을 정도로 이탈리아 무대서도 기량을 인정받았다. 더구나 영어와 포르투갈어는 물론 이탈리아어까지 능숙히 구사해 김호철 감독과도 통역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작전 지시를 할 수 있다는 최적의 장점이 있다. 로드리고 효과를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는 현대캐피탈. 14승 9패로 3위에 머물고 있어 챔피언결정전 직행은 불가능해졌지만 주전들이 지친 가운데 현대캐피탈의 포스트 시즌은 로드리고 운용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