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 윤씨(구혜선 분)가 사약으로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SBS 월화사극 ‘왕과 나’(유동윤 극본/이종수, 손재성 연출) 19일 방송분에서 소화 역의 구혜선(24)은 사사됨과 동시에 극에서 하차한다. 폐비윤씨 사사는 성종이 두 번째 왕비인 계비 윤씨를 폐비한 뒤 사사(賜死)한 사건으로, 나중에 연산군이 이를 알고 갑자사화를 벌이는 빌미가 된다. 드라마 상에서도 이를 근거로 그동안 왕실의 오해를 산 뒤 폐비가 된 소화가 사사되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17일 용인민속촌 내 소화의 사가에서는 오전 8시부터 소화가 사약을 받고 피를 토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이는 처선(오만석 분)과 좌승지, 금부도사, 내금위군사 등과 소화의 어머니 신씨를 포함해 20여명의 출연진과 더불어 약 50여명의 제작진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약으로는 한약과 같은 빛깔의 대추차가, 구혜선이 흘려야 하는 피는 식용색소와 물엿 등을 첨가한 가짜 피가 준비됐다. 사약을 받으라는 교지를 읽은 좌승지 이세좌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화를 사랑해왔던 마음을 고백한 처선 역의 오만석은 실제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픈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소화역의 구혜선 역시 담담한 자세로 어명을 받드는 연기를 했다. 하지만 소화가 사약을 마시려는 중요한 순간 비행기가 지나가는가 하면 민속촌에 들렀던 관객들이 담으로 몰려들면서 NG가 이어졌다. 더구나 한 군사마저 실수로 NG를 내자 손재성 PD는 “또 NG내면 사약 먹일 겁니다”라고 농담을 던지며 긴장을 풀기도 했다. 다시 촬영이 가다듬어지고 성종(고주원 분)이 내린 사약을 향해 큰 절을 한 구혜선은 “내 죽거든 건원릉 가는 길목에 묻어주시오. 원자가 장차 보위에 올라 능행가시는 모습을 먼발치에서나마 지켜보고자 하오”라며 드라마상 마지막 대사를 내뱉었다. 이어 그녀는 손을 벌벌 떨며 사약을 마신 뒤 곧바로 피를 토해냈다. 기침과 더불어 가슴 속의 모든 울분을 토해내는 그녀의 연기가 이어지자 순간 촬영장에 숙연한 분위기가 흘렀다. 특히 이 장면을 찍을 당시 담 너머 많은 구경꾼들이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려고 했는데 이를 만류하던 제작진들은 통제가 되지 않자 결국 구혜선을 둘러싼 뒤 숨죽이며 촬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카메라구도를 바꾼 뒤 몇 번의 촬영이 더 이어졌고 6시간의 촬영 끝에 손 PD는 “OK”사인을 보냈다. 이로써 ‘왕과 나’ 아역 소화역의 박보영에 이어 2007년 9월 18일 방송분부터 등장한 성인 소화역의 구혜선은 11월 12일 중전의 자리에 오른 뒤 2008년 2월 5일 폐비가 됐고 2월 19일 방송에 이르러 사사됨과 동시에 모든 임무를 마치고 ‘왕과 나’를 떠나게 됐다. 한편, ‘왕과 나’는 폐비윤씨 소화의 사사에 이어 조만간 성종 역시 승하(昇遐)하고, 조만간 성인 연산군이 등장한다. happ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