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인천 전자랜드가 4시즌 만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전체 1순위 외국인선수 테런스 섀넌(29·196cm)에 대한 의존도를 조금씩 줄인 결과 팀 전체가 살아나고 있다. 올 시즌 내내 섀넌의 원맨팀이라는 소리를 들어야했던 전자랜드는 섀넌 의존도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자랜드는 ‘섀넌랜드’였다. 섀넌은 올 시즌 40경기에서 평균 26.8점·10.6리바운드·3.9어시스트로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에서 모두 팀 내 1위를 차지했다. 득점랭킹은 리그 전체 1위이고, 리바운드와 어시스트에서도 각각 3위·11위에 올라있다. 개인 기량에서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섀넌 의존도가 지나친 나머지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섀넌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섀넌에게 맡기며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했고, 섀넌도 팀플레이에 융화되지 않아 동료들을 다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트레이드와 휴식기를 계기로 달라졌다. 섀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나머지 팀원들을 살리기 시작했다. 전자랜드는 4라운드 마감일이자 트레이드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말 대구 오리온스와의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리온 트리밍햄·주태수·정재호를 영입했다. 2002-03시즌 득점왕 출신인 트리밍햄은 공격에서 섀넌의 부담을 확실히 덜어주고 있다. 노련하고, 적극적인 골밑 공략으로 섀넌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고 있다. 전자랜드는 골밑 포스트업 옵션이 2명으로 늘어나 택할 수 있는 공격루트가 다양화됐다. 트리밍햄의 가세로 강화된 높이는 곧 속공의 증가로도 이어졌다. 트레이드 전까지 3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0개의 속공에 그쳤던 전자랜드는 트레이드 이후 7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4.29개의 속공을 성공시키고 있다. 안정된 수비 리바운드를 시작으로 속공이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포인트가드 황성인이 옛 감각을 찾기 시작한 게 고무적이다. 황성인은 과거 서울 SK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트리밍햄이 가세한 이후 살아나고 있다. 황성인의 번뜩이는 재간이 최근 들어 되살아나고 있는 것도 ‘섀넌 의존도’ 탈피의 원동력이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성철과 조우현의 복귀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특히 팀 내 최고연봉자(2억 6200만 원) 김성철의 복귀가 팀에는 큰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김성철이 복귀하기 전까지 주전으로 활약한 이한권도 유력한 기량발전상(MIP) 후보가 될 정도로 놀라운 활약을 펼쳤지만, 플레이를 풀어나가는 주도성이나 능동성은 아직 김성철이 더 낫다는 평. 휴식기 이후 6경기에서 평균 12.8점·3.2리바운드·3점슛 3.0개·야투성공률 56.8%라는 고감도 활약으로 섀넌과 트리밍햄에게 집중되고 있는 수비 부담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전자랜드는 휴식기 이후 첫 4경기에서 4연승하며 단독 6위로 바짝 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최근 2경기에서 원주 동부와 안양 KT&G 등 상위권 팀들에 한 뼘 차이로 2연패, 서울 SK와 함께 공동 6위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6강 플레이오프 막차 경쟁의 주도권은 전자랜드에 넘어온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17일 KT&G전에서는 부상으로 2경기 결장했던 ‘떠오르는 에이스’ 정영삼도 복귀, 환상적인 돌파력으로 김성철과 토종 원투펀치를 형성했다. 쉴 새 없이 골밑을 돌파하고, 외곽으로 볼을 빼줄 수 있는 정영삼의 존재로 전자랜드 공격은 내외곽에서 안정된 밸런스를 갖추고 폭발력을 더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제 전자랜드는 더이상 ‘섀넌랜드’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