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마무리투수는 팀 승리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매우 중요한 보직이다. 한때 한국야구에서는 팀 내 최고 투수는 제1선발이 아니라 마무리로 기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짙었다. 마무리투수는 감독의 운명과 궤를 같이 했다. 이같은 인식은 오늘날에도 어느 정도 통용되는 부분이다. 불펜을 중심으로 지키는 야구를 펼치는 삼성의 최고 투수는 마무리 오승환이다. 한국의 사정에서는 여전히 마무리투수는 절대적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최고연봉 투수도 바로 한화 마무리 구대성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호세 카브레라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외국인선수를 마무리로 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도 적지 않았다. ▲ 마무리의 중요성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여전히 선발투수의 값어치가 구원투수보다 훨씬 높다. 2007년 메이저리그 포지션별 연봉에서 선발투수(426만 달러)가 구원투수(166만 달러)보다 2.5배가량 많았다. 하지만 구원투수 중에서도 마무리투수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뉴욕 양키스 마리아노 리베라는 1500만 달러라는 마무리 사상 최고액을 받았으며 빌리 와그너, 트레버 호프만, B.J. 라이언, 제이슨 이스링하우젠,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등 7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고액 연봉 마무리투수가 5명이나 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제 마무리투수는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마무리투수는 절대적인 존재다. 하지만 도가 지나친 나머지 거의 모든 경기를 책임지는 수준으로 혹사당한 투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투수 분업화가 정착된 이후에도 마무리투수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변함없었다. 많은 팀들이 팀 내 최고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는 외국인선수 제도 초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1998년 외국인선수 도입 첫 해 뛴 투수 4명 가운데 3명이 마무리로 기용됐다. 조 스트롱(현대), 마이클 앤더슨(LG), 호세 파라(삼성)는 구원부문 5위 안으로 진입했고 팀은 모두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그러나 1998년을 끝으로 한동안 외국인 마무리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스트롱·앤더슨·파라 모두 일정한 성적은 올렸으나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이 시기부터 한국 프로야구도 최고 투수에 대한 포커스가 마무리에서 선발로 이동했다. 2001년의 벤 리베라(삼성)가 전반기에만 활약하고 부상으로 퇴출됐고, 2002년의 다니엘 리오스(KIA)는 전반기에만 마무리로 활약한 이후 후반기 선발투수로 변신했다. 이후 2002~2003년 레닌 피코타가 한화, 2004~2007년 카브레라가 SK와 롯데에서 풀타임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활약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풀타임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외국인 투수는 스트롱·앤더슨·파라·피코타·카브레라 등 불과 5명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중 ‘대박’은 없었다. 마무리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선수를 마무리로 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박이 나올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여지가 충분하다. 6인 선발 로테이션을 고집하며 선발을 잘 대우하기로 소문난 일본 프로야구에서 ‘특급 마무리’로 명성을 떨친 마크 크룬(요미우리)과 같은 대박이 나온다면 외국인선수를 마무리로 기용하기에는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 한화 마무리 토마스 한화는 2008년 외국인선수로 영입한 왼손 투수 브래드 토마스를 마무리로 발탁했다. 지난 2년간 63세이브를 기록한 ‘대성불패’ 구대성이 왼쪽 무릎 수술로 재활에 들어갔고, 그를 대신할 마무리로 결국 토마스를 낙점했다. 구대성의 재활속도가 빠르지만, 김인식 감독은 토마스를 풀타임 마무리투수로 기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세드릭 바워스는 10승을 올린 투수지만, 중간·마무리로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구대성의 수술로 마무리가 가능한 외국인 투수를 영입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토마스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올해로 31살이 된 토마스는 호주 출신 왼손 파이어볼러. 지난 2000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5번째로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로 선정됐다. 지난해 11월 열렸던 야구월드컵에서도 시속 140km 후반대 힘있는 공을 던졌다. 토마스는 일본 프로야구 경험도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년간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활약했다. 데뷔 첫 해 4경기에서 선발등판한 이후 줄곧 중간계투로 기용됐다. 2년간 성적은 5승6패2세이브15홀드 방어율 4.21. 일본에서는 제구력이 좋지 못한 투수로 악명을 떨쳤다. 9이닝당 볼넷이 5.94개였다. 피홈런은 3개뿐이었지만 피안타율은 무려 2할8푼8리였다. 하지만 시속 150km 내외의 위력적인 공을 뿌리는 투수라는 점이 강점이다. 일본에서도 94이닝 동안 탈삼진을 무려 94개나 잡아낸 파워피처였다. 김인식 감독은 “토마스의 피칭을 보니 확신이 간다. 직구 스피드가 좋고, 체인지업·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좋다. 컨트롤도 나쁘지 않다. 마무리투수로서 괜찮다”고 평가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로서 독특한 딜리버리를 지녀 타자를 현혹시키는 데에도 재주가 있다. 다만 한국식 스트라이크존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한국타자들에게 어떻게 적응하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는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한 전례가 많다. 2001년 호세 누네스, 2002년 파라, 2002~2003년 피코타가 한화에서 마무리로 뛰었다. 그러나 누네스·파라는 실패작이었고 피코타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2년간 9승12패29세이브 방어율 3.63을 기록했지만 9회만 되면 애간장을 태우는 조마조마한 피칭으로 일관해 소방수보다 방화범 이미지가 강했다. 한화는 토마스가 ‘한국판 크룬’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토마스=한화 이글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