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시즌서 '막중한 짐' 짊어진 8인
OSEN 기자
발행 2008.02.19 08: 05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 전지훈련이 한창이다. 이맘때는 모든 팀들이 우승후보이고, 모든 선수들이 MVP 후보이며 모든 신인들이 신인왕 후보다.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한 요즘, 기대와 실망의 갈림길에서 막중한 짐을 짊어진 선수들이 각 구단에 하나씩 있다. 이들의 운명은 곧 팀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2008년 프로야구에서 막중한 짐을 짊어진 선수들을 각 구단별로 살펴본다. ▲ SK 김광현(20·투수) 이제 겨우 2년차가 되는 어린 선수에게 너무 과한 짐을 안길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는 2년차 ‘영건’ 김광현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SK는 지난해 팀 방어율 부문 전체 1위에 오를 정도로 마운드가 강하다. 선발진에서는 10승 투수를 무려 3명이나 배출했다. 굳이 김광현의 활약이 필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케니 레이번은 이제 2년차가 되고, 마이크 로마노를 대신할 다윈 쿠비얀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채병룡과 함께 김광현이 토종으로서 마운드를 이끌어야 한다. 더군다나 김광현은 한국시리즈-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펼쳐 올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부풀렸다. 이같은 기대는 곧 부담과 짐으로 이어진다. 철저하게 역할이 분담된 SK에서 ‘스타’ 김광현은 가장 짐이 크다. ▲ 두산 채상병(29·포수) 권불십년. ‘포수왕국’ 두산의 정글 같은 경쟁 속에서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았던 홍성흔의 아성도 10년은 가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홍성흔의 포수로서 생명이 다했다고 판단하고 차세대 팀의 안방마님으로 채상병을 낙점했다. 채상병은 지난해 91경기에서 타율 2할3푼7리·7홈런·30타점으로 타격성적이 평범했으며 도루저지율도 1할9푼7리로 형편없었다. 하지만 두산은 채상병이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쓴 85경기에서 50승1무34패, 승률 5할9푼5리라는 호성적을 냈다. 홍성흔이 팀에 남더라도 포수로는 전력 외가 된 만큼 ‘풀타임 주전’ 채상병의 부담이 커졌다. 홍성흔과 채상병이 2인 체제를 형성한 두산의 포수진은 든든하지만, 채상병 하나밖에 없는 포수진은 불안함도 없지 않다. 그만큼 채상병의 짐이 무거워졌다. ▲ 한화 김태균(26·내야수) 한화의 운명을 짊어진 선수가 바로 김태균이다. 한화는 전신 빙그레 시절인 1992년 장종훈을 끝으로 홈런왕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태균은 한화의 꿈을 이뤄줄 선수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점점 기대에 어긋나고 있다. 프로 8년차가 되는 올해 진정한 승부수를 띄울 시점이다. 지난 2년간 김태균은 전·후반기에서 극과 극의 시즌을 반복했다. 김태균은 가장 꾸준한 타자지만, 지난 2년은 그렇지 못했다. 무엇보다 올해는 제이 데이비스와 제이콥 크루즈가 없다. 덕 클락은 수비와 주루를 인정받았으나 타격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김태균이 4번 타자로서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김태균은 지난해 전반기 77경기에서 타율 3할1푼1리·17홈런·64타점으로 활약했다. 페이스를 이어갔다면 산술적으로는 27.9홈런·104.7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김태균이라면 이 정도 성적은 내야 한다. ▲ 삼성 박한이(29·외야수) 올 겨울 삼성의 테마는 ‘박한이 때리기’였다. 선동렬 감독은 트레이드라는 말을 직접 꺼내며 톱타자 부재를 가장 큰 고민으로 꼬집었다. 지난해 박한이는 123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2홈런·27타점·10도루에 그쳤다. 볼넷(67개)·득점(68점)도 소폭 하락했다. 특유의 선구안은 변함없었지만 방망이로 치고 달리지 못했다. 주루 및 수비에서도 종종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를 펼쳤다. 박한이도 어느덧 프로 8년차가 됐고 2003년을 기점으로 전반적인 기록들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는 완전히 바닥을 친 해였다. 박한이도 FA까지 올해를 포함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출장경기수에서 나타나듯 박한이는 꾸준했지만 아이러니하게 하향세이기도 했다. 올해는 바닥을 치고 올라서야 할 시기다. 박한이가 ‘정신’을 차리고 각성하는 순간, 삼성의 톱타자 고민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 LG 박용택(29·외야수) 김태균·박한이와 함께 성장이 답보상태에 머물러있는 선수가 바로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프로야구를 대표할 만한 호타준족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당당히 30홈런-30도루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홈런은 절반도 되지 않는 14개였고, 도루도 20개에 그쳤다. 타율도 2년차 시절 이후 가장 낮은 2할7푼8리. 중심을 잡아야 할 박용택이 부진하면서 LG 타선은 결정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올 시즌 박용택은 더 잘해야 한다. 페드로 발데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LG는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른다. 토종들이 타선을 이끌어야 하며 박용택은 그 중심이다. 호타준족이지만, 박용택은 아직 20-20 클럽도 하지 못했다. 잠실구장이 크긴 크지만 박용택의 가능성과 팬들의 기대는 잠실구장보다도 더 컸다. 올해는 답보상태에 머무른 가능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 센테니얼 정민태(38·투수) 정민태는 현대 유니콘스와 흥망성쇠를 함께 했다. 현대가 최전성기를 달릴 때 정민태도 최정상에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가세가 기울고 몰락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정민태도 무너졌다. 이제 현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제8구단으로 창단한다. 정민태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 3년간 정민태는 16경기에서 승없이 9패 방어율 8.01이라는 매우 초라한 성적을 냈다. 정민태라는 이름값을 떠올리면 서글프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정민태는 2005년 말, 어깨 수술을 받은 후 빠른 속도로 재활해 복귀할 정도로 의지가 대단하다. 지난해 부진했지만, 어차피 2008년을 위한 지렛대로 삼는 해였다. 3억1080만 원이었던 연봉도 고통분담과 함께 대폭 깎일 전망이다. 올해 부활하지 못하면, 제8구단은 더 이상 정민태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 롯데 손민한(33·투수)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투수 손민한에게 2008년은 매우 중요한 한 해다. 팀도 팀이지만, 개인적인 이유가 크다. 바로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FA 계약 첫 해 손민한은 우리나이로 35살이 된다. 30대 중반 베테랑 투수에게 장기계약과 고액연봉은 각 구단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덫이다. 게다가 손민한은 MVP를 차지한 2005년을 기점으로 질적인 성적은 조금씩 보이지 않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무엇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FA 대박을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올해 최소 15승을 거둬 개인통산 100승을 채운다면 FA 가치가 올라가고 소속팀 롯데의 가을잔치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지난해에는 주장이었지만, 올해는 투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된 만큼 더욱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의 짐도 크고 무겁다. ▲ KIA 이종범(38·외야수) 벼랑 끝으로 내몰린 베테랑 이종범. 그 역시 살아있는 전설로 부족함이 없는 대선수지만 세월은 무심하게 흘렀고, 이종범의 스피드는 예전같지 않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유증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2006년과 달리 지난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부진이었다. 84경기 타율 1할7푼4리는 이종범이라는 이름 석자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시즌 중 은퇴 압력을 받을 정도로 이종범의 선수생활의 기로에 서있다. 하지만 이종범은 그냥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올해 연봉도 5억 원에서 무려 3억 원이 깎인 2억 원에 군말하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 부활에 대한 의지다. 사실 타격은 엉망이었지만 주루와 수비는 웬만한 20대 선수 못지않다. 야구센스도 아직 녹슬지 않았다. 다만 그 야구센스를 발휘할 충분한 기회와 타격 성적이 필요하다. 이종범은 올 한 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 것이다. 김광현-채상병-박한이-정민태-이종범-손민한-박용택-김태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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