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투수 재활용 공장' 다저스, 박찬호는?
OSEN 기자
발행 2008.02.19 08: 09

[OSEN=이상학 객원기자] 초청선수 자격으로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열리고 있는 LA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박찬호(35)가 현지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18일(한국시간) LA 타임스는 7년 만에 다저스로 돌아온 박찬호의 행적과 근황을 소상하게 다루며 재기 여부에 관심을 보였다. 현실적으로 선발진과 불펜 모두 탄탄한 다저스에서 박찬호가 한 자리를 차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야구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다저스는 노장투수 재활용 성공사례가 많다.
▲ 호세 리마
한국 프로야구 KIA에 입단한 리마는 다저스에서 빅리그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 케이스. 199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21승10패 방어율 3.58을 기록하며 사이영상 후보에도 올랐던 리마는 그러나 이듬해 7승16패 방어율 6.65로 갑작스런 하락세를 보였다. 이유없는 무덤은 없었다. 1999년까지 ‘투수들의 구장’ 애스트로돔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리마는 2000년부터 홈으로 사용된 엔론필드에서 두들겨 맞았다. 현재 미닛메이드파크로 개명된 이 구장은 쿠어스필드만큼 타자들에게 유리하기로 유명하다. 이후 2003년까지 리마는 이곳저곳 팀을 옮겨다니며 방황했다. 하지만 2004년 다저스에서 부활했다. 13승5패 방어율 4.07로 다저스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다. 물론 이듬해 다저스를 떠나자마자 리마는 6.99라는 극악의 방어율과 함께 무너졌다.
▲ 사이토 다카시
1992년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서 데뷔해 2005년까지 13년을 뛰며 에이스와 마무리를 넘나든 사이토는 2006년 미국으로 떠났다. 36살이라는 나이에 내린 메이저리그 도전 결정이었다. 사이토는 일본에서 마지막 해였던 2005년에도 3승4패 방어율 3.82로 평범한 성적을 냈다. 분명한 하향세였다. 요코하마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사이토를 FA로 풀어주었다. 2006년 2월 초청선수 자격으로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사이토는 시범경기에서 호투했고 에릭 가니에의 부상으로 마이너리그에 한 경기도 등판하지 않은 채 메이저리그로 올라갔다. 이후 결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박이었다. 어느새 불펜의 에이스로 거듭난 사이토는 데뷔 첫 해부터 72경기에서 6승2패24세이브 방어율 2.07이라는 예상밖의 대활약으로 모두를 놀래켰다.
▲ 기타 사례
리마와 사이토 외에도 적지 않은 노장선수들이 다저스에서 빛을 보거나 명예회복했다. 1995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데뷔한 지오바니 카라라는 전형적인 다저스형 투수였다. 33살이었던 2001년, 다저스 이적 후 핵심 셋업맨으로 빛을 본 카라라는 200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무너졌으나 2004년 다저스로 복귀, 수준급 셋업맨으로 3년 더 활약했다. 좌완 윌슨 알바레스도 33살이었던 2003년 다저스 이적 후 3년간 스윙맨으로 준수한 활약을 했고,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 톰 마틴도 33살이었던 2003~2004년 1년반 남짓 활약한 다저스에서의 활약상이 가장 좋았다. 가장 최근에는 2006년 36살 애런 실리가 8승6패 방어율 4.53로 잠깐 부활했고, 2007년에는 루디 시네스가 73경기에 등판, 데뷔 후 가장 많은 76이닝을 던지며 6승3패 방어율 3.79로 활약했다. 시네스의 나이 38살의 일이었다.
▲ 박찬호는 과연
다저스에서 꽤 많은 노장투수들이 재활용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투수 친화적인 홈구장 ‘다저스타디움 효과’가 없지 않다. 리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2004년 원정경기에서 4승4패 방어율 5.56에 그쳤던 리마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홈경기에서는 9승1패 방어율 3.08로 압도적인 투구내용을 보였다. 공의 부쩍 힘이 떨어진 노장투수들에게 다저스타디움은 천국이었다. 박찬호가 지난 겨울 다저스를 택한 것은 수구초심의 마음이 결정적이었지만, 다저스가 부활에 꽤 용이한 팀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기회만 얻는다면 재활용 가능성은 있다. 사이토는 36살의 나이에 다저스에서 성공 스토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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