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경기-7000득점' 우지원, 보이지 않는 꾸준함의 대가
OSEN 기자
발행 2008.02.19 11: 12

[OSEN=이상학 객원기자]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잘 생긴 외모가 이점은 적지 않다. 하다 못해 유치원생도 예쁜 선생님을 더 잘 따른다고 한다. 울산 모비스 우지원(35·193cm)은 매우 잘 생긴 선수다. ‘코트의 황태자’라는 수식어처럼 조각같은 외모로 코트를 수놓으며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부대를 몰고다녔다. 그러나 동시에 우지원은 잘 생긴 외모 때문에 손해를 본 선수이기도 하다. 잘 생긴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한 탓에 실력이 감춰진 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우지원은 지난 17일 서울 SK와의 홈경기에서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하나는 프로농구 사상 네 번째 500경기 출장. 몇 안 되는 원년멤버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우지원은 데뷔 11시즌 만에 500경기 출장이라는 값진 기록을 달성했다. 주희정(KT&G·540경기)-추승균(KCC·521경기)-문경은(SK·509경기)의 뒤를 따르는 순간이었다. 500번째 출장경기에서 우지원은 3점슛 2개 포함 10점을 넣으며 개인통산 7000득점까지 돌파했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개인통산 7000득점을 넘긴 선수는 4명뿐. 서장훈(KCC·9703점), 문경은(8769점), 추승균(7807점) 그리고 외국인선수 조니 맥도웰(7077점)이다. 우지원도 참 꾸준하게 열심히 했다는 증거다. 500경기·7000득점을 같은 경기에서 달성한 이날은 우지원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기념비적인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출장경기와 통산득점 외에도 우지원은 통산 3점슛도 성공개수도 총 1056개로 문경은(1555개)에 이어 역대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꾸준함의 대가다. 지난 10시즌 중 6시즌이나 전경기 출장했다. 프로 초창기에는 평균 15점 안팎의 안정된 득점력을 과시했다. 정교하고 폭발적인 외곽슛은 우지원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러나 수비가 약하고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 때문에 상복도 그리 많지 않았다. 프로 원년 인기상도 따지고 보면 실력 하나만으로 받은 상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에야 우수후보선수상을 받으며 그동안 설움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었다. 올 시즌 우지원은 딱 1경기만 결장한 채 43경기에 출장했지만 주요 카테고리에서 생애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평균 7.6점·1.8리바운드·1.3어시스트 모두 데뷔 후 가장 좋지 못한 기록이다. 출장시간이 경기당 평균 20.8분으로 데뷔 후 가장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모비스에서 우지원의 비중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지원이 팀이 어려울 때마다 코트에서 구심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지원은 보이지 않는 리더십까지 지닌 선수다. 우지원은 이제 욕심을 버렸다. 지난 시즌 식스맨상을 차지하며 해탈했다. 우지원은 “항상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꾸준히 하는 것이 팀이 바라는 점이다. 팀 성적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코트에 나가면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구심점이 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연세대 시절부터 우지원과 인연이 깊은 유재학 감독도 “(우)지원이는 늘 성실하게 준비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기용해도 변함없이 역할을 해낸다”고 평가했다. 베테랑 우지원은 여전히 보이지 않게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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