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런던, 이건 특파원] '그들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20일(한국시간) 새벽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인터 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후반 40분, 디르크 카윗의 선제골이 나온 순간 영국 ITV 중계 캐스터가 외친 말이다. 캐스터가 지칭한 '그들'은 바로 선제골에 열광한 리버풀의 팬들이었다. 그러나 리버풀팬들보다 더욱 선제골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라파엘 베니테스 리버풀 감독이다. 베니테스 감독은 이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스날과 승점차가 19점으로 사실상 리그 우승은 물건너간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주말 FA컵 5라운드에서 2부리그의 반슬리에 패해 탈락하며 그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많은 언론들은 인터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서 패하면 바로 베니테스 감독 경질과 연결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리버풀의 톰 힉스 구단주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인터 밀란전에서 패배한다면 올 시즌 후 감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겠다" 며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당연히 베니테스 감독의 부담감은 커져갔다. 경기 내용도 베니테스 감독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전반 30분 인터 밀란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수적으로 우세한 리버풀이었지만 골을 만들지 못했다. 슈팅은 계속 골문을 빗나가거나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다. 상대보다 한 명이 많은 상황에서 그것도 홈에서 비긴다는 것은 결국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베니테스 감독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후반 40분 카이트의 선제골과 44분 제라드의 쐐기골이 터졌고 베니테스 감독 역시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베니테스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다" 고 말하며 위기에서 벗어난 것을 기뻐했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