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규, '전체 1순위 자존심' 회복 노린다
OSEN 기자
발행 2008.02.20 11: 29

[OSEN=이상학 객원기자] 역대 프로농구 전체 1순위 신인 선수는 대다수 성공했다. 조상현(1999년)·이규섭(2000년)·김주성(2002년)·김동우(2003)·양동근(2004년)은 팀의 중심으로서 우승반지를 끼었고, 현주엽(1998년)·송영진(2001년)·방성윤(2005년)·김태술(2007년)도 1순위에 걸맞는 기량을 보여주었다. 모두 부와 명예도 누렸다. 그러나 2006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전정규(25·187cm)는 역대 1순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성인 국가대표 경험이 없으며 아직 주전 자리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제 겨우 2년차지만 1순위로는 임팩트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에는 인천 전자랜드에서 대구 오리온스로 트레이드까지 됐다. 하지만 전정규는 이제 2년차에 불과한 젊은 선수다. ▲ '뱀의 머리?' 2006년 드래프트는 애초에 최악이라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향후 리그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대형신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각 구단들은 프로농구 황금세대의 새로운 주역들이 쏟아질 2007~2008년 드래프트에 눈길이 간 상태였다. 4학년을 졸업하지 않고 드래프트에 나온 얼리엔트리가 무려 7명에 달한 것도 차기 드래프트에서는 지명 또는 상위지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은 결정이었다. 실제로 2006년 드래프트에서는 임휘종·정승원·한정원·백주익까지 무려 4명이 얼리엔트리로 지명될 정도로 깊이가 낮았다. 전정규도 ‘뱀의 머리’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전정규를 1순위로 지명할 당시 전자랜드가 그에게 걸었던 기대는 결코 작은 무게가 아니었다. 리빌딩을 선언한 전자랜드는 이미 간판슈터 문경은까지 트레이드로 정리한 상황이었다. 대학무대에서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떨친 전정규를 지명한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리빌딩을 추진한 박수교 단장이 시즌 후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되고, 최희암 감독 체제로 팀이 바뀌면서 전정규의 운명도 달라졌다. 최 감독은 황성인·조우현·김성철 등 베테랑들을 대거 영입해 당장의 성적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전정규의 주전 자리 보장도 그만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전정규는 뱀의 머리도 되지 못했다. 데뷔 첫 해였던 지난 시즌 전정규는 54게에 모두 출전했지만 출장시간은 경기당 평균 22.9분밖에 되지 않았다. 주전과 식스맨을 오가는 가운데에서도 전정규는 평균 8.9점·2.5리바운드·1.4어시스트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트레이드마크인 3점슛도 평균 1.61개를 넣었고, 3점슛 성공률은 40.3%를 기록했다. 종종 보여준 폭발적인 3점포는 1순위다운 모습들이었다. 신인왕은 전체 3순위로 지명된 이현민(LG)이 차지하고 플레이오프에서는 8순위 조성민(KTF)이 펄펄 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지만 전정규가 첫 해 보여준 가능성은 나쁘지 않았다. ▲ 자존심 회복의 의지 그러나 2년차가 된 올 시즌 전정규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물론 올 시즌에도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했지만 43경기 전경기 출전해 평균 7.9점·2.0리바운드·1.4어시스트에 그치고 있다. 3점슛도 평균 1.39개이고, 3점슛 성공률도 34.5%로 뚝 떨어졌다. 출장시간은 경기당 평균 21.4분으로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생산력은 더욱 떨어지고, 트레이드마크인 3점슛은 감각이 무뎌졌다. 최희암 감독은 제한된 시간에서도 전정규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었지만, 전정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외곽슛이 터지지 않으면 공수에서 팀에 공헌할 방법을 몰랐다. 오히려 공격에서 무모한 플레이가 속출했다. 결국 전자랜드는 1시즌 반 만에 전정규를 포기했다. 지난달 22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전정규는 실질적인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오리온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오리온스는 노장 김병철의 대안이 필요했다. 물론 전정규는 가드가 아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3점포와 해결사적 기질을 닮았다. 슛 욕심이 많은 편이지만, 의외로 2대2 플레이에 재주가 있다. 특히 돌파할 듯하다 외곽으로 패스를 빼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스크린을 이용, 골밑으로 돌파하는 능력도 좋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면이 없지 않다. 궁극적으로 전정규는 받아먹는 슈터지만 좋은 포인트가드를 만나면 그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오리온스에는 김승현이라는 특급 포인트가드가 있다. 전정규는 오리온스 이적 후 8경기에서 경기당 27.7분을 뛰며 평균 11.9점·2.4리바운드·1.8어시스트로 한층 더 나아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3점슛도 평균 2.1개를 터뜨렸다. 3점슛 성공률은 39.4%로 떨어지지만, 대신 3점슛을 3개 이상 넣은 경기에서는 성공률이 46.2%로 상승한다. 출장시간이 어느 정도 보장되자 자신감을 찾고 공격에서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이다. 공격뿐 아니라 리바운드 가담과 무난한 패스플레이로 팀에 공헌하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부분적으로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오리온스에서 전정규의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여전히 스피드가 느린 전정규지만, 전체 1순위 명예 회복을 향한 의지는 굳고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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