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제2의 한희민'은 언제쯤 나오나
OSEN 기자
발행 2008.02.20 14: 39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는 잠수함 투수에 대한 애틋한 향수가 있는 팀이다. 전신 빙그레 시절 당대 최고의 잠수함 투수였던 한희민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한희민은 빙그레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 후반 ‘컨트롤 마술사’ 이상군과 함께 막강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빙그레 마운드를 든든하게 이끌었다. 빼빼마른 체구에서 온 몸을 비틀어 던지는 다이내믹한 투구폼은 어린 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한희민은 정통 언더핸드 투구폼으로 팬들에게 어필했지만, 성적도 매우 좋은 투수였다. 8시즌 통산 80승51패24세이브 방어율 3.25라는 호성적을 남겼다. 특히 빙그레에서 데뷔 첫 5년간 66승39패20세이브 방어율 3.00으로 맹활약했다. 1988~1989년 2년 연속으로 16승을 따내며 팀 내 최다승을 올리기도 했다. 한희민이 빙그레에 몸담은 7년간 팀은 무려 4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정도로 개인으로나 팀으로나 질풍같이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한희민 이후 한화에는 이렇다 할 잠수함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잠수함 투수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에도 한화에서 언더핸드 투수를 찾기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다. 지난 몇 년간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는 낮아진 마운드 높이의 영향으로 잠수함 투수들이 주가를 높였지만, 한화에서는 1군에 있는 잠수함 투수를 보기도 어려웠다. 투고타저 완화를 이유로 당분간 낮아진 마운드를 유지하게 된 만큼 잠수함 투수를 발굴해야 한다. 한화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잠수함 투수들을 끌어모았다. 2005년 신고선수로 입단한 서민욱, 2006년 2차 2번 양승진, 2007년 국가대표 출신 정민혁, 2008년 2차 5번 정대훈을 차례로 영입했다. 지난해 시즌 중에는 마정길도 공익근무를 마치고 복귀해 1군에서 짧게 활약했다. 올해는 대졸신인 정대훈이 입단하는 대신 서민욱이 군입대했다. 올 시즌 한화 선수명단에 포함된 잠수함 투수들은 마정길·정민혁·정대훈·양승진 등 4명이다. 과거와 비교할 때 잠수함 투수들이 양적으로는 꽤 늘었다. 관건은 역시 질적인 상승이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마정길·정민혁·정대훈은 모두 정통 언더핸드 투수들이다. 지난 2002년 계약금 2억 원을 받은 마정길이나, 지난해 계약금 2억5000만 원에 입단한 정민혁은 모두 잠재력을 인정받은 투수들이다. 마정길은 데뷔 초 불펜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경험이 있다. 올해 입단한 대졸신인 정대훈은 계약금은 5000만 원으로 적지만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성과가 높은 중 하나로 분류된다. 양승진은 왼손 언더핸드라는 희소성을 지니고 있지만 부상으로 재활과정에 있어 올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화는 지난 2003년 시즌을 앞두고 한희민 씨를 인스트럭터로 데려와 선수들을 지도시킨 바 있다. 잠수함 투수를 키워야 마운드가 다양화되고 전력이 강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여전히 한화는 잠수함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잠수함 투수 중 한 명이라도 불펜의 주요 전력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불펜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게 한화의 기대다. 제2의 한희민까지는 아니더라도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잠수함 투수가 필요한 한화다. 마정길-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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