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수가 꿈이었던 연습생이 4년 만에 뜻을 이뤘다. 한국 대표팀의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이상호(27)는 20일 오후 9시 45분 중국 충칭 올림픽 센터에서 치러진 동아시아 선수권 2차전 북한전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허정무호의 1-1 무승부에 일조했다. 이상호는 이날이 생애 첫 A매치였다. 이상호는 지난 11일 김치우가 숭실대와 연습경기서 부상당하며 대체 선발된 선수. 소속팀 동료 이동식이 발목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것도 얄궂지만 그에게는 호재였다. 그만큼 이상호의 대표팀 선발은 극적이었고 꿈만 같은 일이었다. 어느덧 27살이 된 이상호에게 대표팀 선발이 꿈만 같은 일인 것은 그가 2004년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에 연봉 1200만 원의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 속 꿈만큼은 1200만 원짜리가 아니었고, 그는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잡아갔다. 그를 인정해준 것은 당시 이상호를 지도했던 정해성 코치. 그는 소속팀에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와 중앙수비수를 오가며 80경기를 뛰었던 이상호를 대표팀에 선발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와는 달리 이상호의 첫 A매치로 가는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그에게 처음 주어진 ID 카드에는 대회조직위가 동명이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바람에 자신이 아닌 울산 이상호의 사진이 붙어 있었고, 첫 A매치에서는 수비에 익숙한 그에게 공격적인 임무가 하달됐다. 그런 이상호가 초반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당연했다. 다행히 큰 실수는 범하지 않았지만, 그는 공중볼 처리 과정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분명히 만족할 만한 활약은 아니었다. 비록 이상호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허정무호는 후반 정대세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기까지 했다. 이상호가 맡았던 오른쪽 측면 공격이 유독 안 풀린 것도 이상호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그러나 이상호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상호에게 중요한 것은 이날이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는 것과 허정무 감독이 후반 들어 김남일, 이관우, 곽희주를 교체하면서도 이상호에게는 굳건한 신뢰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제 첫 A매치를 치룬 이상호에게 이날은 또 다른 꿈을 향해 도약하는 날이었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