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에미리츠스타디움(런던), 이건 특파원] 축구에서 경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경험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공통점일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경험의 비중이 낮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 경기를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을 것이다. 바로 21일(한국시간) 새벽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날과 AC 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0-0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기록상으로 본다면 아스날이 승리하지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다. 유효슈팅 7대2, 총 슈팅수 16대7. 점유율 54%대 46%, 모든 면에서 아스날이 2~3골차 이상으로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 결국 AC 밀란의 경험이 원정경기에서 무실점 무승부를 거둔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AC 밀란의 경험은 대단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은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이들의 목표는 간단명료했다. 원정 경기에서 무승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 말디니(40), 네스타(32), 갈라제(30), 오도(32)로 이어지는 평균나이 33.7세의 포백 라인은 철옹성이었다. 이들은 패기가 앞서는 아스날의 공격진을 효과적으로 무력화시켰다. 아스날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로빙패스를 시도하며 노장 수비수들과 젊은 아데바요르(24)를 경쟁시켰지만 그것도 한계를 넘지 못했다. 페널티에어리어까지는 내주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무너지지 않고 전열을 가다듬은 AC 밀란의 수비진은 상대를 위험구역에서 몰아냈다. 허리 라인과 공격진 역시 수비에 중점을 두었다. 이들은 무리한 플레이보다는 안정성에 중점을 두었다. 상대에게 공을 커트당하면 파울로 끊어내고 발빠른 파투나 개인기 좋은 카카를 적극 활용했다. 이들이 상대 수비수를 제쳐내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AC밀란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 앞에 아스날은 자신의 공격 속도를 주체하지 못했다. 특히 집중력을 가져야 하는 후반 중반 이후 아스날 선수들은 의미없는 중거리슈팅을 남발했다. 여기에 후반 종료 직전 아데바요르의 헤딩이 크로스바를 맞는 불운까지 겹쳤다. 결국 AC 밀란의 경험과 노련미에 아스날 선수단과 6만 여 홈팬들은 헛심만 썼다고해도 그리 과장은 아닐 것이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