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로비치, 김형태 특파원] 평소보다 1시간 가량 늦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20일 오전 11시. LA 다저스의 투수들이 다저타운 연습구장으로 일제히 향했다. 3년간 3530만 달러에 계약한 구로다 히로키와 팀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은 사이토 다카시 등 일본 투수들이 앞장서자 대만 출신 궈훙즈도 뒤를 따랐다. 투수들의 행렬 맨 마지막에 박찬호(35)가 모습을 드러냈다. 클럽하우스를 떠나 주경기장 격인 홀먼스타디움 인근 연습장로 장소를 옮긴 박찬호와 투수조는 가벼운 러닝을 시작으로 체조와 캐치볼로 몸을 풀었다. 이어 마운드 위에서 코치의 펑고를 받아 1루로 던지는 수비 훈련, 타구가 2루로 굴러가는 동안 1루로 달려가서 공을 잡는 베이스커버 훈련을 마친 뒤 1번 연습장 옆 불펜으로 이동했다. 데릭 로와 사이토 등 주력 투수들의 피칭이 끝나자 박찬호가 포함된 2조의 차례가 됐다. 가벼운 토스로 어깨를 푼 박찬호는 곧 마운드에 올라 포수 게리 베넷의 미트를 향해 공을 뿌렸다. 가볍게 스트라이크존을 향하던 공에 이내 힘이 실렸다. 베넷의 미트에 '펑' 하는 소리가 줄기차게 울렸다. 직구 위주로 20개 가량 공을 던지자 베넷은 "굿(Good)!)"이라며 신호를 보냈다. 잠시 숨을 고르던 박찬호 곁에서 찰리 허프와 릭 허니컷 두 투수코치가 말을 건넸다. 박찬호는 "특별히 기술적인 조언은 없었다"고 했지만 이들은 셋포지션에서 왼다리를 들고 공을 던지는 동작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이어 다시 시작된 불펜투구. 이번에는 낮게 가라앉는 체인지업 등 주로 변화구를 구사했다. 특히 허니컷 코치로부터 칭찬받은 체인지업은 땅에 닿을 듯 미트로 빨려들어갔다. 워밍업 토스를 제외하고 모두 40개 가량 공을 던지자 박찬호의 피칭은 끝났다. 훈련을 마친 주력 투수들은 클럽하우스로 이동했지만 박찬호의 행선지는 달랐다. 한 손에 글러브, 다른 한 손에 러닝화를 든 그는 홀로 홀먼스타디움을 찾았다. 그곳에서 기다리던 트레이너와 잠시 대화한 뒤 워닝트랙을 따라 외야 우측에서 좌측을 왕복하는 러닝을 5차례 소화했다. 박찬호가 달리기 시작하자 마이너리그의 젊은 선수들이 가세했다. 마지막으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2001년 이후 7년,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땅을 밟은 94년으로 거슬러올라가면 14년 만에 다시 찾은 베로비치 다저타운. 구단의 총애를 받는 존재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초청선수' 신분으로 변한 탓일까.박찬호의 입술은 꼭 다물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후 2시까지 진행된 훈련 내내 박찬호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박찬호는 훈련 뒤 "국민과 한국야구, 그리고 나 자신을 기쁘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개막전 25인 명단에 반드시 합류해야 한다. 선발 불펜 모두 빈틈이 보이지 않는 다저스의 전력으로 볼 때 쉽지 만은 않은 상황.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서 희망을 발견하려는 박찬호는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