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서울 삼성의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삼성은 최근 20경기에서 무려 16승을 쓸어담았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며 28승17패로 단독 2위에 올라있다. 무엇보다 승부처에서 강하다는 것이 삼성의 최대강점이다. 올 시즌 5점차 이내 접전 경기에서 삼성은 11승4패를 거두며 가장 높은 승률(0.733)을 자랑하고 있다. 올 시즌 유난히 버저비터가 많은 인천 전자랜드(9승8패·0.529)보다 훨씬 좋은 성적. 삼성 경기는 안준호 감독의 말처럼 재미도 있지만, 마지막에 더 많이 웃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 12월16일 KCC전 이상민 삼성의 빅샷 시리즈의 시발점이 바로 지난해 12월16일 전주 KCC전이었다. 이날 경기는 이상민의 친정 전주 복귀전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전주실내체육관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가득차있었다. 그리고 경기 시작 전 주인공은 경기 종료 후에도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82-79로 근소한 리드를 잡고 있던 삼성의 4쿼터 종료 40여초 전. 이상민이 코트 오른쪽에서 공을 잡고 있었다. 빅터 토마스가 골밑으로 움직이자 서장훈이 필사적으로 쫓아갔다. 이상민은 토마스를 바라봄과 동시에 토마스에게 수비가 몰리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드리블을 한 번 치고 곧바로 3점슛으로 올라갔다. 슛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 뒤 림을 갈랐다.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쐐기포. 종료 37.7초 전의 일이었다. 부상에서 8경기 만에 돌아온 이상민은 결정적 한 방으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 1월12일 KT&G전 강혁 지난 1월12일 KT&G와의 홈경기. 삼성과 KT&G 모두 특유의 빠르고 화끈한 스피드와 공격농구로 치고 받으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이 이어졌다. 종료 12.1초를 남기고 스코어는 88-88 동점. 공격권은 삼성에게 있었다. 테렌스 레더가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잡아 KT&G 수비가 집중됐다. 레더는 외곽에 위치한 강혁에게 다시 볼을 빼주었다. 탑 근처에서 볼을 받은 강혁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은희석을 침착하게 훼이크로 따돌리고 3점슛을 던졌다. 잠깐의 정적과 함께 3점슛은 림을 그대로 통과했다. 종료 1.1초 전 터진 극적인 결승 3점포였다. 강혁은 환한 미소와 함께 오른팔을 치켜들었고,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경기를 주시하던 안준호 감독도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반면 KT&G 유도훈 감독은 넋을 잃은 채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1월23일 동부전 강혁 지난 1월23일. 상대는 ‘최강군단’ 원주 동부였다. 4쿼터 1분여를 남기고 스코어는 84-84 동점이었고 공격권은 삼성이 지니고 있었다. 삼성은 가장 확실한 공격옵션인 레더의 골밑 공격을 주문했다. 로포스트에서 레더가 공을 잡고 턴을 시도하는 순간, 동부의 숨막힐 듯한 수비가 좀처럼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더는 당황하지 않고 외곽을 노려봤다. 사이드 쪽에 강혁이 순간적으로 비어있었다. 레더는 강혁에게 볼을 연결했고, 볼을 받은 강혁은 주저하지 않고 솟구쳐 올라 3점포를 작렬시켰다. 종료 47.2초를 남기고 승부는 87-84로 삼성에 기울었다. 강혁의 슛은 결국 결승득점이 됐고, 동부의 연승행진도 ‘7’에서 마감됐다. 경기 후 동부 전창진 감독은 “삼성은 역시 4쿼터에 강한 팀”이라는 말을 남겼다. ▲ 2월20일 KT&G전 이상민 지난 20일 KT&G전은 4강 플레이오프 직행티켓이 주어지는 2위 싸움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예상대로 경기는 박진감넘치게 전개됐고 마지막까지 결과를 점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이번에도 마지막 칼자루는 삼성이 쥐고 있었다. 종전 수비에서 T.J. 커밍스에게 예상치 못한 3점포를 얻어맞으며 71-72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삼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이상민의 심장은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했다. 종료 6.3초를 남기고 삼성은 코트사이드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이상민이 토마스에게 볼을 투입했고 토마스는 다시 이상민에게 연결했다. 토마스는 이상민에게 스크린을 걸었지만, KT&G 수비는 토마스에게 집중했다. 이상민이 이 틈을 놓칠리가 없었다. 원 드리블 후 3점슛으로 올라갔고 슛은 림도 건드리지 않고 들어갔다. 종료 1.4초 전 승부를 74-72로 뒤집는 역전 결승 3점포였다. 경기 후 이상민은 “원래는 토마스의 1대1 공격이었다. 하지만 토마스에게 수비가 타이트하게 붙어서 볼을 받고 훼이크를 써서 3점슛을 던졌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