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대세 트라우마'는 또 한 번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일 밤 중국 충칭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북한과의 제3회 EAFF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 2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해, 1승 1무를 기록했다. 우려대로 북한의 조총련계 스트라이커 정대세(24,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한국을 울렸다. 이날 경기서 한국은 염기훈의 전반 20분 왼발 프리킥 선제골로 1-0을 만들었지만 후반 27분 정대세에게 어이없이 동점골을 허용하며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한국은 1-0으로 앞서던 후반 3분 박철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수적인 우세를 잡았으나 오히려 공격 주도권을 북한에 내준 채 허둥지둥 어려운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정대세는 전반까지 조금은 외로운 플레이를 펼쳤지만 동료 1명이 퇴장당한 후반 초반부터 적극적인 몸놀림과 탁월한 슈팅 감각으로 김용대가 지킨 한국의 골문을 노렸고, 결국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정대세는 동료가 후방에서 한국 수비진 뒤로 긴 패스를 내주자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대시, 곽태휘와 강민수 사이를 돌파하며 슈팅, 볼은 왼쪽 포슨트를 맞고 골네트를 갈랐다. 사흘 전 일본과의 대회 첫 경기서는 선제골을 터뜨렸던 정대세는 지난 시즌 일본 J리그에서 총 12골을 뽑아냈던 발군의 공격수. 허 감독과의 악연이 눈길을 끈다. 2006년 FA컵 우승팀 전남 드래곤즈를 이끌고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허 감독은 조별예선에서 정대세가 활약하는 가와사키를 만나 내리 2연패를 기록했다. 여기서 정대세는 2골을 넣어 전남을 탈락시켰다. 당연히 허 감독의 뇌리 속에 정대세가 없을 리는 만무. 그러나 알고도 속수무책이었다. 패스 한 방에 허물어진 한국 수비진은 정대세를 미처 마크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실점하고 말았다. 지난 2005년 전주서 열린 제2회 동아시아 대회 이후 약 30개월 만에 재대결을 펼쳐 또 한 번 비긴 한국으로선 내달 26일 치러질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평양 원정전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진짜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기세를 꺾으려 했지만 오히려 징크스만 재확인한 허 감독의 입장에선 정대세가 대단히 부담스럽다. 한국 축구와 묘한 인연과 악연이 교차되는 정대세 봉쇄는 선결 과제임에 틀림없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