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만에 벌어진 남북한간의 10번째 A매치는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5승4무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여전히 지켰지만 조금은 씁쓸한 결과였다. 지난 20일 밤 중국 충칭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제3회 동아시아선수권대회 2차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전반 20분 염기훈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후반 27분 정대세에 동점골을 허용, 1-1로 비겼다. 조총련계 출신으로 북한 국적을 택했고, 일본 J리그 무대를 누비는 신예 골잡이 정대세(24,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활약에도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양 국의 중원 사령관 역할을 담당한 김남일(31, 빗셀 고베)과 안영학(30, 수원 삼성)의 대결도 상당한 흥미거리였다. 나란히 K리그 수원 삼성과 인연이 있다는 데 주목을 받았다. 오랫동안 수원에 몸담으며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명성을 떨친 김남일은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J리그 빗셀 고베로 떠났고, 이 자리를 메우기 위해 차범근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에서 영입한 인물이 다름아닌 안영학이었다. 포지션이 똑같고, 같은 팀 수원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김남일과 안영학의 승부는 스코어가 알려주는 것처럼 일단은 무승부였다. 두 명 모두 중원의 조율사로서 맡은 바 역할에 충실했다. 노련한 완급 및 템포 조절 능력과 정확한 패스웍, 정교한 수비력에 양 팀 공격수들은 찬스를 잡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풀타임을 뛴 안영학과는 달리 김남일이 전반 45분만을 마치고 황지수와 교체아웃됐다는 사실. 사흘 전 중국과의 대회 1차전에서 왼쪽 발목 부위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던 김남일은 북한전에서도 통증을 호소해 허정무 감독은 선수 보호차원에서 교체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김남일이 빠진 후반부터 공수 밸런스가 다소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이관우가 주장 완장을 대신 찼고, 황지수와 조원희가 그 뒤를 받쳤으나 기둥이 빠진 듯 북한의 전진 패스에 뒷공간과 허점을 자주 노출해 불안감을 드리웠다. 1-0으로 앞선 후반 3분 박철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숫적인 우세를 잡고도 오히려 동점골을 내주고, 끌려다니는 경기 운영을 한 까닭도 김남일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금은 잠잠했던 정대세가 본격적으로 활개를 친 것도 김남일이 빠진 후반부터였다. 붙박이 미드필더로 사랑받는 김남일, 그런 그와 겨뤄 "내가 가진 진짜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안영학. 중원 지배자로서 벌인 올 첫 대결은 승자없이 끝났으나 내달 26일 평양과 6월 22일 서울서 펼쳐질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