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홈런왕은 누구?
OSEN 기자
발행 2008.02.21 11: 3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경기를 일시 중지시키는 매력은 홈런만이 갖고 있는 특권이다. 지난 몇 년간 프로야구는 투고타저 흐름과 함께 거포들이 기를 펴지 못했다. 30홈런을 구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스템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조금씩 변화해가는 법이다. 지난해 2년 만에 30홈런 홈런왕을 다시 배출한 만큼 올해는 홈런왕 경쟁이 더욱 뜨겁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프로야구 홈런왕 판도를 전망한다. ▲ 심정수, 홈런왕 2연패 도전 지난해 심정수(삼성)는 31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했다. 시즌 초반에는 타격감각을 회복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여름에 홈런을 몰아쳤다. 7월 이후에만 18홈런을 때려냈다. 날이 더워지고 몸이 풀리자 심정수 특유의 파워배팅이 살아났지만, 안경 교체와 함께 동체 시력을 회복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활의 원동력이었다. 7월 이후 심정수의 타율은 2할8푼9리였고 볼넷(46개)-삼진(54개) 비율도 좋았다. 파워도 파워지만 정교함이나 선구안도 회복됐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지난해 심정수의 홈런은 31개 가운데 10개가 결승홈런일 정도로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심정수의 홈런왕 등극이 더욱 의미있는 것은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는 점 때문이다. 시즌 내내 심정수는 왼쪽 무릎 통증을 호소, 외야 수비도 종종 걸렀다. 시즌 막판에는 극심한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9월 이후에도 6홈런을 뽑아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결국 심정수는 지난해 한화와 준플레이오프가 종료된 직후였던 10월18일 독일에서 무릎 수술을 받았다. 2006년 6월에는 오른쪽 무릎에 칼을 댔던 심정수는 양쪽 무릎 모두 수술하게 된 셈이다. 다행히 수술 후 경과가 좋다. 아직 러닝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과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심정수에게 더욱 고무적인 부분은 팀 타선이 지난해보다 더욱 강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은 양준혁과 심정수, 두 선수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타자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톱타자 박한이가 각성하고 있고, 선동렬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외국인 타자 제이콥 크루즈도 영입했다. 크루즈는 지난해 한화에서 이미 검증을 끝마친 타자다. 크루즈가 심정수의 뒤를 받치는 5번 타자로 제 몫을 한다면 심정수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지난해 심정수는 실투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뒷타자가 강해진다면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홈런왕 2연패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는 셈이다. ▲ 이대호·김태균, 라이벌의 도전 ‘1982년생 동갑내기 라이벌’ 이대호(롯데)·김태균(한화)도 홈런왕 후보들이다. 이대호는 지난해 29홈런을 마크, 심정수에 이어 홈런 랭킹 2위에 오르며 꾸준한 장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홈런왕 레이스에서 이대호는 시즌 초반-중반-후반 모두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한 타자였다. 반면 김태균은 전반기 77경기에서 17홈런을 때릴 정도로 홈런 페이스가 좋았지만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1위를 차지한 뒤 후반기 41경기에서 4홈런으로 침묵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홈런형 거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대호는 아직 한 시즌 30홈런을 넘지 못했고, 김태균은 2003년 31홈런을 끝으로 20개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이대호는 팀 상황이 큰 악재였다. 소총수들은 많지만 중량감 있는 중심타자가 없었던 탓에 집중 견제를 받아야 했다. 지난해에만 고의4구를 무려 25개나 기록했다. 한 시즌 고의4구 25개는 역대 프로야구 전체 5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카림 가르시아가 합류한다. 가르시아는 펠릭스 호세보다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이 12개 더 많은 전형적인 왼손 거포다. 5번 타자로 이대호의 뒤를 충분히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이대호는 득점권 찬스에서 큰 스윙보다는 정확한 스윙에 신경을 썼다. 솔로홈런이 16개나 된 것은 주자가 없을 때 풀스윙한 결과였다. 올해는 부담을 덜고 상황을 가리지 않고 풀스윙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균은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크루즈가 삼성으로 떠났고, 새로 들어온 덕 클락은 거포와는 거리가 있는 타입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만큼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만약 올해 김태균이 지난해 후반기처럼 부진한다면 한화 타선은 답이 없어진다. 김태균에게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짐이 부여된 상태다. 지난해 한화는 김태균이 홈런을 친 20경기에서 15승5패를 거뒀다. 김태균의 홈런이 곧 한화의 승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김태균은 올해 홈런에 대한 과도한 욕심은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처럼 정확한 타격에 주력할 예정이다. 장종훈 타격코치도 김태균에게 정확한 타격을 주문하고 있다. 물론 김태균이 31홈런을 기록한 2003년 타율은 3할1푼9리였다. 정확한 타격이 홈런을 함께 부를 것이라는 기대다. ▲ 그밖에 홈런왕 후보들은 최희섭(KIA)은 심정수·이대호·김태균과 함께 가장 기대되는 홈런왕 후보다. 지난해 최희섭은 시즌 중 국내로 복귀, 48경기에서 7홈런을 때렸다. 126경기로 환산하면 18.4개밖에 되지 않는 수치였다. 하지만 지난해는 국내 스트라이크존과 투수들과 직접 부딪치며 적응하는 시기였다. 올해는 적응을 끝마치고 풀타임으로 도전한다. 그러나 겨울내 충실하지 못했던 훈련내용과 고질병이 되고 있는 두통이 걸림돌이다. 이외에도 이범호(한화)·양준혁(삼성)·김동주(두산) 등이 홈런왕 레이스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들. 특히 올 시즌 종료 후 해외진출을 위해 승부수를 띄워야 할 김동주에게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김동주 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123.4m로 홈런랭킹 10위 중 최준석(두산·125m) 다음이었다. 홈런왕 후보에서 외국인 타자들도 빠질 수 없다. 대개 외국인 타자들은 곧 거포들이었다. 외국인 타자에게 슈퍼맨급 활약을 바라는 국내 사정에서 외국인 타자의 장타력은 필수다. 하지만 올해는 클락(한화)이나 윌슨 발데스(KIA)처럼 중장거리형 또는 똑딱이형 타자들도 있다. 이제 외국인선수도 ‘맞춤형’ 시대인 것이다. 물론 거포들이 없을 리는 없다. 지난해 22홈런을 친 크루즈(삼성)는 올해도 유력한 홈런왕 후보 중 하나다.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 통산 66홈런을 기록했던 가르시아(롯데)는 22.2타석당 하나꼴로 홈런을 쳤다. 풀타임으로 환산할 경우, 한 시즌 20개 안팎의 기록이었다. 적응만 마친다면 국내에서는 더 많은 홈런을 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해 29홈런으로 이대호와 함께 홈런랭킹 공동 2위에 올랐던 클리프 브룸바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현대 유니콘스의 해체와 함께 브룸바도 아직 새 속팀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를 모태로 출범하는 ‘제8구단’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아직 외국인선수를 확정짓지 않았다. 이광환 초대감독은 마운드 불안을 이유로 외국인선수 2명을 모두 투수로 채울 생각을 갖고 있지만, 브룸바가 지난해 현대 타선에서 차지한 막중한 비중을 감안해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는 브룸바가 홈런을 기록한 23경기에서 19승4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냈었다. 만약 센테니얼이 브룸바를 안고 가지 않을 경우에는 나머지 팀들이 브룸바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호-심정수-김태균.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