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도 성적이지만, 대표팀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다".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허정무(53) 감독이 동아시아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던졌던 출사표다. 허 감독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안주가 아닌 변화라고 강변했다. 허 감독은 눈앞의 월드컵 예선이 아닌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 그는 어떤 상대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는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허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지 3개월 동안 4경기를 치르며 매 경기 다른 모습을 추구했다. 4경기에서 허 감독이 손에 쥔 성적표는 2승 1무 1패 8득점 4실점. 여기서 해외파가 중심이 되었던 투르크메니스탄전을 뺄 경우 성적은 1승 1무 1패 4득점 4실점으로 내려간다.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허정무호는 분명히 진화하고 있다"며 "칠레전, 중국전 그리고 북한전을 거쳐 대표팀은 패스의 질, 스쿼드의 가용범위, 수비 포지션의 유기성 등에서 발전했다"고 평했다. 그의 말대로 허정무호가 진화 중인 것은 사실이다. 그 중 하나가 많은 신인의 발굴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지만 대부분의 감독이 당장의 경기력 확보를 위해 노장을 원할 때 허 감독은 과감하게 신인을 기용했다. 칠레전부터 북한전까지 총 10명의 선수가 A매치 데뷔를 이뤘고, 그 중 한 명인 곽태휘는 대표팀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다양한 수비 포메이션을 정착시켰다는 것도 또 하나의 소득이다. 상대 공격수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으로 변화를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허정무호의 실험은 성공이었다. "한물 간 스리백이냐"는 비난을 감내하고 묵묵히 갈 길을 간 허 감독의 뚝심이기도 했다. 허정무호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오가며 활약한 조용형의 움직임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며 유기적인 변화를 갖추게 됐다. 또한 허정무호는 왼발, 오른발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하는 데 성공했다. 박주영 염기훈의 화려한 골에 숨겨졌지만 이종민 이관우 등 위협적인 프리킥을 보여줬던 선수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이 성과는 곧 세트피스에서 확률 높은 공격으로 드러났다. 물론 허정무호의 실험이 전적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신인의 기용과 다양한 수비 포메이션, 세트피스의 강화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허 감독이 이런 실험 속에서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유일한 패배를 기록했던 칠레전은 평가전일 따름이며 가장 중요한 월드컵 3차예선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는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또 허정무호는 동아시아선수권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실험중인 허정무호에게 호된 매 보다는 칭찬이 필요하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