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빅뱅’ 방성윤(26)이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여전히 청바지에 사복 차림이었고, 경기 전 홈관중들에게 인사만 했다. 방성윤은 여전히 뛸 수 없었고, 서울 SK는 점점 더 궁지로 몰렸다. SK는 지난 21일 원주 동부와의 홈경기에서 76-89로 완패했고, 방성윤은 관중석에서 참패를 지켜봐야 했다. 이날까지 SK는 방성윤 없이 20경기를 치렀다. 올 시즌 치른 44경기 중 절반에 가깝다. 어느덧 순위는 7위까지 떨어져 22승22패를 마크, 시즌 내내 지켜온 5할 승률마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6위 인천 전자랜드(23승21패)와는 1게임 차에 불과하지만 사상 첫 6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의 가능성이 엄습해오고 있다. ‘외국인선수급’ 방성윤 SK는 방성윤과 함께 한 시즌 첫 24경기에서 13승11패를 거뒀다. 그러나 방성윤은 24번째 경기였던 지난해 12월21일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2쿼터 2분18초께 미끄러지며 왼쪽 무릎 내측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당했다. 부상을 당하는 순간 잠실학생체육관이 방성윤의 비명소리로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심각했다. 부상의 정도는 방성윤의 비명소리만큼 무서웠다. 최대 8주 진단은 사실상 시즌-아웃과 같은 선고였다. 게다가 SK는 새로운 외국인선수 자시 클라인허드로 겨우 2경기째를 치른 상태였다. 조직력을 강조하는 김진 감독으로서는 머리속이 백지가 되는 순간이었다. 방성윤이 부상을 당한 날 SK는 KCC에게 패했다. 이날 경기 종료 후 SK의 순위는 창원 LG와 함께 공동 4위였다. 그러나 8위 부산 KTF와도 1.5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SK는 ‘원투펀치’ 김태술-방성윤은 위력적이었지만, 골밑 플레이가 서툰 외국인선수들이 골칫거리였다. 시즌 초반 래리 스미스-트래비스 개리슨 조합은 더블팀을 이끌어낼 수 없는 선수들이었다. SK에서 실질적인 외국인선수 노릇은 방성윤이 하고 있었다. 방성윤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평균 22.4점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5.2리바운드·2.9어시스트로 다방면에서 맹활약했다. 방성윤은 경기당 평균 5.9개의 자유투를 얻어낼 정도로 상대 수비에 위협적인 존재였다. 외곽포도 위협적이었지만 골밑 공략은 더 위협적이었다. 시즌 초반의 SK는 김태술을 중심으로 한 업템포 농구와 방성윤을 위시로 한 세트오펜스로 공격을 수월하게 풀어나갔다. 그러나 골밑 싸움에서 밀릴 경우에는 어려운 경기를 했다. SK로서는 클라인허드의 영입이 늦었던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기록으로 보는 방성윤 공백 방성윤이 뛴 24경기에서 SK는 평균 83.25득점-81.29실점을 기록, 득실점 마진에서 +1.96점을 마크했다. 방성윤이 빠진 이후 20경기에서는 80.70득점-80.95실점으로 득실점 마진이 -0.25점이었다. 그리 큰 차이는 아니지만 문제는 질적인 부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방성윤이 뛴 24경기에서는 야투성공률이 절반에 육박하는 49.9%였다. 이렇다 할 골밑 공격옵션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확률 높은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클라인허드라는 골밑 지킴이가 활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K는 방성윤 결장 20경기에서 야투성공률이 46.2%에 그쳤다. 클라인허드 한 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야투성공률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3점슛에서 찾을 수 있다. 방성윤은 부상 전까지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터뜨린 특급 슈터였다. 경기당 평균 3.38개의 3점포를 폭발시켰고, 3점슛 성공률도 40.7%로 데뷔 후 가장 높았다. 방성윤이 있을 때 SK는 3점슛을 경기당 평균 8.3개나 터뜨렸고, 3점슛 성공률도 방성윤과 똑같은 40.7%였다. 모두 리그 1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그러나 방성윤이 빠진 이후 20경기에서는 3점슛이 경기당 평균 6.8개로 줄어들었으며 3점슛 성공률은 33.4%로 수직 하락했다. 최근 경기에서도 SK 선수들은 3점슛을 지나치게 미룰 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일관하다보니 성공률도 극악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방성윤 공백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포인트가드 김태술이라는 점이다. 김태술은 방성윤이 있던 24경기에서는 평균 10.9점·8.8어시스트·3.0리바운드·1.83스틸로 공수양면에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특히 턴오버가 매우 적은 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 방성윤 부상 전 24경기에서 김태술은 패스에 중점을 둔 정통 포인트가드였다. 어시스트를 턴오버로 나눈 수치인 ATR이 3.15로 정상급이었다. ATR 수치는 통상 3.0 이상이면 정상급으로 분류된다. 김태술은 ‘정상급’ 수준이었다. 그러나 방성윤이 빠진 24경기에서 김태술은 득점·리바운드가 평균 11.4점·3.4개로 근소하게 늘어났지만, 어시스트는 평균 5.7개로 뚝 떨어졌다. 반면 턴오버가 급증했다. 방성윤 결장 후 20경기에서 김태술의 ATR 수치는 1.73으로 평균 이하가 되어버렸다. 방성윤의 공백으로 공격에 대한 부담이 많이 생겼고, 패스를 공급할 루트도 준 결과였다. 최근에는 체력적인 부침으로 그 좋던 중장거리슛까지 흔들리고 있다. 방성윤,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오리온스를 프로농구 최초로 6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던 김진 SK 감독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코트의 신사라 불린 김 감독이지만 최근에는 코트에서 지나치게 흥분하는 모습이 잦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방성윤의 공백이 뼈아프다. 해결사가 없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SK는 방성윤이 빠진 이후 5점차 이내 접전 경기가 많아졌다. 5점차 이내 접전 10경기에서만 6패를 당해야했다. 20경기 중 10경기가 5점차 이내 접전이었다. 방성윤이 뛴 24경기에서 5점차 이내 접전은 6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해결사 방성윤이 있었더라면 몇 경기는 잡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게 SK의 아쉬움이다. SK는 방성윤없이 9승11패라는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지금 상황이 지속된다면 6강 플레이오프 티켓은 떠내려갈 위기다. SK는 방성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멤버들을 총동원했다. 이병석을 비롯해 문경은·김기만·노경석·전희철·김재환·김종학·전희철까지 번갈아가며 기용했다. 그러나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그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문경은은 지난 2경기에서 3점슛 13개를 모두 실패했고, 수비수들도 번번이 뚫리기를 반복했다. 방성윤 대신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어야 할 브랜든 로빈슨도 속공 상황이 아니면 득점루트가 극히 제한돼 있다. 김진 감독은 올코트 프레스와 압박수비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가드진까지 멤버들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면수비에서 오는 체력적 부담을 덜어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수비에만 신경쓰다 보니 공격이 뻑뻑하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수비를 버릴 수도 없는 게 SK의 입장이다. 결국 방성윤의 복귀만이 SK의 정답이다. 방성윤만이 위기에 빠진 SK에 해답을 안겨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방성윤이 돌아온다고 해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어 공수 양면에서 방성윤 특유의 적극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게다가 방성윤은 클라인허드와는 고작 2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로빈슨과는 한 경기도 같이 뛴 적이 없다. 조직력에서 문제점이 생길 우려가 없지 않다. 김진 감독도 “하루 빨리 방성윤을 경기에 내보내고 싶지만 코트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K는 대망의 방성윤 복귀 시점을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후 6라운드 첫 경기가 되는 다음달 4일 전자랜드와의 홈경기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