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휘슬이 울린 뒤 전광판은 1-1이란 스코어가 선명했다. 허정무 감독이 일본전 악연을 확실히 끊지 못했다. 축구팬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던 한국과 일본의 70번째 맞수 대결은 결국 무승부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23일 밤 중국 충칭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제3회 동아시아 선수권 일본과 최종전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전반 14분 염기훈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으나 후반 22분 야마세에 동점골을 허용, 비기는 데 그쳤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 한일전 역대 전적 38승19무12패. 한국은 54년 3월 일본 도쿄서 열린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5-1로 승리한 이후 압도적인 우위를 지켰으나 2000년 이후부터 2승3무2패로 팽팽했다. 허정무 감독에게 이번 한일전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단순히 우승컵의 주인공을 가린 A매치가 아닌, 복수혈전이었다. 지난 99년 9월, 도쿄와 잠실을 오가며 치른 올림픽대표팀간 평가전에서 두 번 모두 패했다. 특히 1-4로 대패한 도쿄 원정은 허 감독에게는 수치였다. 전대미문의 당시 사건은 허 감독에게 리더십 부재라는 꼬리표를 안겼고, 최근까지도 “그 때 일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곤 했다. 9년이 흘러 다시 만난 '검은 까마귀' 일본. 허정무호는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또다시 악령을 떨치는데 실패했다. 그나마 일본에게 승리를 빼앗기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할까. 98 프랑스월드컵 이후 9년 만에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오카다 다케시 감독 또한 승리하지 못했으니 아주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