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북한, 희망과 한계 동시에 맛보다
OSEN 기자
발행 2008.02.24 10: 14

베일을 벗어던진 북한은 예상 밖으로 강했다. 동아시아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제3회 2008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김정훈 감독이 이끄는 북한 대표팀은 2무 1패로 꼴찌에 머물렀으나 충분한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줬다. 북한은 지난 23일 중국 충칭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 대회 최종전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일본 및 한국전에서 모두 1-1 무승부를 거뒀던 북한은 중국전에 앞서 한일 양 국이 1-1로 비겨 2골차 이상으로 승리하면 우승할 수 있었지만 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이번 대회서 조총련계 3세로 대회 슈퍼 스타로 급부상한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 정대세(24)의 활약이 특히 눈부셨다. 디펜스 진용을 탄탄히 한 뒤 역습 작전을 구사하는 북한은 정대세가 2골을 뽑아내는 발군의 기량을 과시한 데 힘입어 의미있는 2무승부를 올렸다. 모두 정대세가 직접 만들어낸 득점포였기에 의미를 더했다. 17일 일본과 첫 경기서 정대세는 전반 5분 만에 상대 수비 3명을 한꺼번에 제압하고,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카다 다케시 감독의 일본은 마에다 료이치의 동점골로 비겼으나 일본 언론의 호된 질타를 받아야 했다. 정대세의 저력은 20일 한국전에서도 이어졌다. 허정무 감독이 이끈 한국은 전반 20분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으로 앞섰으나 후반 27분 정대세는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후반 2분 만에 박철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숫적 열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나온 골이었기 때문에 훨씬 값졌다. 후방에서 길게 찔러준 스루패스를 받은 정대세는 한국의 두 센터백 곽태휘와 강민수 사이를 빠른 스피드로 돌파, 골키퍼 김용대의 움직임까지 바라보고 슈팅을 날리며 결정력을 과시했다. 나란히 2골을 넣은 한국의 박주영 염기훈, 일본 야마세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그러나 일본 및 한국전이 북한 축구의 희망을 대변한 경기였다면 중국전은 아직 설익은 한계를 드러냈던 한판이었다. 물론 정대세의 활약은 빛났다. 북한은 전반 35분 정대세가 찔러준 볼을 지윤남이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중국 골네트를 갈랐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북한은 전반 종료 직전 주팅에 동점골을 내준 뒤 후반 10분 왕둥, 후반 43분 하오준민에 프리킥골을 내리 허용하며 무릎을 꿇어야 했다. 2연패로 탈락 위기에 몰려있던 중국이 자국 팬들의 야유를 받을 정도의 거친 플레이를 펼친 탓도 있으나 북한의 모습은 앞선 2경기와는 전혀 달랐다. 뭔가 무기력했고, 답답함이 가득했다. 내내 밀리다가 선제골을 넣은 뒤에는 사기가 오르기는 커녕,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조직력이 흐트러지는 치명적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전에서 숫적 열세를 딛고 동점골을 성공시키던 집중력과 강한 정신력은 온데간데 없었다. 분위기에 금세 휩쓸리고, 흔들리는 북한 축구. 분명 희망이었으나 정대세가 없다면 결과를 짐작할 수 없을만큼의 원톱 위주의 공격 전술도 역설적으로 또 하나의 약점이었다. 허정무 감독이 내달 26일 있을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평양 경기에 앞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yoshike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