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동아시아 패권을 다시 찾아온 허정무 감독이었지만 두 가지 징크스는 끝내 깨지 못했다. 북한의 조총련계 3세 공격수 정대세 징크스와 일본전 패배 설욕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중국 충칭에서 펼쳐진 2008 EAFF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1승 2무(승점 5, 5득점-4실점)의 성적으로 역시 1승 2무의 일본을 다득점으로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시작은 좋았지만 마무리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17일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3-2로 기분좋은 재역전승을 거둔 한국은 북한과 일본에 내리 1-1로 비겼다. 모두 선제골을 넣고 동점골을 허용해 아쉬움이 짙었다. 미리보는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 3차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20일 북한과 대결에서 한국은 전반 20분 만에 염기훈이 그림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27분 정대세에게 어이없는 동점골을 내줬다. 작년에도 허정무 감독을 울렸던 정대세다.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몸담고 있는 정대세는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서 허 감독이 이끌었던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2골을 넣으며 탈락시켰다. 북한 전력을 살핀 모든 축구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경계대상 1호'로 꼽았을만큼 요주의 인물이었지만 한국은 알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다 이긴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실점할 무렵, 한국은 숫적 우위에 있었다. 허 감독의 아쉬움은 사흘 뒤 일본전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통산 70번째 한일전이라는 특수성도 있었지만 허 감독 개인에게도 일본전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준비하던 허 감독은 99년 도쿄와 잠실을 오가며 가진 2차례 친선 평가전에서 1-4 패배에 이어 0-1로 져 리더십 부재 논란을 빚었다. 당연히 이 파장은 그대로 올림픽 본선까지 이어졌다. 비록 2003년 5월 31일 도쿄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후반 41분 안정환의 결승골을 터뜨린 이후 일본전 318분만에 염기훈이 멋진 논스톱 터닝슛으로 '무득점 행진'의 마침표를 찍었으나 여전히 찜찜함은 남았다. 허 감독 부임 이후 출전한 사실상의 공식 국제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기쁨과 의미는 있었지만 아직 두 가지 징크스를 타파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쉽기도 했던 지난 일주일이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