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식 매직', 일말의 불완전성 사라질까
OSEN 기자
발행 2008.02.24 14: 52

[OSEN=이상학 객원기자] SK 김성근 감독(66)은 투수 출신이다. 투수를 조련하는 데 남다른 능력을 지녔다. 그래서 붙은 수식어가 ‘투수 조련사’였다. 김 감독은 투수를 육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마운드 운용 능력도 탁월하기로 유명하다. 직접 키운 투수들을 중심으로 마운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김성근식 야구’의 요체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김 감독이 맡은 팀마다 일으켜 세운 데에는 그만큼 뛰어난 투수 조련 및 운용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말의 불완전성은 남아있다. ▲ 김성근식 조련과 운용 김 감독이 첫 프로 지휘봉을 잡은 때는 1984년 OB 시절이었다. 그 해 OB는 팀 방어율 2.53을 기록했다. 이는 지금도 26년사 한국 프로야구 역대 한 시즌 최저 팀 방어율로 남아있다. 당시 OB는 윤석환을 마무리투수로 기용하며 선진적인 마운드 운용을 시험적으로 보였다. 1984년 25세이브를 따낸 윤석환은 프로야구 사상 첫 20세이브를 기록한 선수였다. OB는 이듬해부터 팀 방어율 3·2·2위를 유지하다 1988년에는 4위로 미끄러졌다. 김 감독은 1988년을 끝으로 OB 지휘봉을 놓아야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듬해 태평양에서 기적을 일으켰다. 1988년 태평양은 팀 방어율 4.57로 7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하지만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팀 방어율 전체 1위(3.03)로 올라서며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김 감독이 길러낸 선수가 바로 박정현·정명원·최창호 트리오였다. 그러나 태평양은 1990년 팀 방어율이 4위로 떨어졌고, 김 감독은 지휘봉을 반납한 뒤 곧바로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삼성에서도 재일동포 출신 김성길을 좋은 투수로 길러냈지만, 팀 방어율이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김 감독의 투수 조련사로서 위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된 것은 쌍방울에서였다. 1995년 팀 방어율 최하위 쌍방울은 김 감독의 취임 첫 해였던 1996년 당당히 팀 방어율 3위(3.33)로 올라섰다. 이듬해에도 김현욱이라는 20승 투수를 배출하며 마운드의 근간을 유지했다. 물론 시즌 중 경질됐던 1999년은 어쩔 수 없는 비극으로 기억된다. 김 감독이 맡은 팀이 처음으로 팀 방어율 최하위(5.85)를 기록한 해가 바로 1999년으로 해체 직전의 팀 전력은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2002년 LG를 팀 방어율 3위(3.93)로 업그레이드시키며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2001년 LG의 팀 방어율은 최하위(5.09)였다. 김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2001년의 대부분을 이끌었지만, 처음부터 팀을 진두지휘한 건 아니었다. ▲ 더 이상 불완전은 없다 만신창이나 다름없었던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시켰지만 김 감독은 LG에서 쫓겨났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LG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김 감독이 애지중지하며 길렀던 신윤호와 이동현 같은 선수들은 결과적으로 전성기를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비단 LG에서뿐만 아니라 태평양·쌍방울 시절에도 비슷했다. 김 감독이 길렀던 선수들은 김 감독이 떠난 후 무너졌다. 정명원와 최창호 같은 예외도 있었지만, 좋지 않은 쪽으로 더 많이 부각됐다. 김 감독의 투수 조련과 마운드 운용은 종종 혹사 논란까지 일으키며 투수들의 생명을 줄이는 것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해 SK에서 다시 한 번 매직을 연출했다. 2006년 SK는 팀 방어율 6위(3.80) 팀이었다. 마운드 붕괴가 팀 붕괴의 가장 큰 이유였다. 김 감독은 부임 첫 해부터 SK를 팀 방어율 1위(3.24)로 이끌었다. 이승호·엄정욱·신승현 등 에이스들이 모두 부상을 이유로 팀을 비운 상태에서 일궈낸 기적이었다. 불펜으로 중심으로 한 이른바 ‘벌떼 마운드’ 운용으로 한 시즌을 무난하게 치러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획기적인 4인 로테이션으로 승부수를 띄워 한국시리즈 사상 첫 2연패 후 4연승 역전우승이라는 드라마를 써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김성근표 작품이 바로 김광현과 가득염이었다. SK가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한 마운드가 필수적이다. 올 시즌에는 ‘원조 에이스’ 이승호가 복귀, 마운드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김광현의 성장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김 감독으로서는 ‘김성근식 투수 조련과 운용으로는 투수들이 롱런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없애는 것이 과제다. 지난해 SK는 마운드는 타선·수비진과 마찬가지로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았다. 마무리투수 정대현에게 한 때 다소 과부하가 걸렸지만, 조웅천이 뒤를 잘 받쳤다. 이런저런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2년 연속 강하고 탄탄한 마운드를 건설해야 한다. ‘김성근 매직’에 남아있는 일말의 불완전성을 씻기 위해서는 올해가 중요한 고비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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