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3전 전패' 한국 여자축구 희망
OSEN 기자
발행 2008.02.24 21: 27

‘태극 여전사’ 한국 여자대표팀이 3전 전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2008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 최하위를 기록했다. 아무리 우리보다 강한 상대인 중국 일본 북한을 상대로 2골을 넣었고, 9실점했으니 참혹한 수준이다. 애초부터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안익수 신임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의 FIFA(국제축구연맹)랭킹은 25위인 반면, 북한은 6위, 일본은 11위, 중국은 13위다. 세계 수준의 강호인 국가들을 상대로 얼마나 격차를 줄이느냐가 이 대회의 주요 포인트였다. 중국 충칭시 융촨에서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이번 대회에서 여자대표팀은 첫 상대 중국과 거의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2-3으로 아쉽게 석패했고, 일본과 2차전에서 0-2로 패했다. 북한과의 최종전에선 후반에만 4실점해 0-4으로 무릎을 꿇었다. 최악의 결과. 그러나 올 초부터 울산시 울주에서 두 달여간 소집 훈련을 통해 손발을 맞춰왔고, 최선을 다한 결과였기에 결코 부끄럽지 않았다. 분명 소득도 있었다. 경기력이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중국과 실력차가 거의 없었다. 또한 확실한 골잡이 박희영(23, 대교 캥거루스)의 실력을 다시 한 번 검증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였다. 한송이(23, 충남 일화)와 함께 4-4-2 포메이션 최전방 투톱으로 나선 박희영은 탁월한 슈팅 감각을 과시하며 맹위를 떨쳤다. ‘비운의 스타’ 박은선의 부재 속에 득점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던 안 감독에게 박희영은 오래 기다린 단비와도 같았다. 중국전 0-1로 뒤지던 후반 15분 박희영은 차연희의 오른 측면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했고, 7분 뒤 상대 수비를 제치고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2-1로 역전까지 이뤄낸 여자대표팀은 점점 거칠어지는 중국의 공세에 34분과 42분 연속 실점하긴 했지만 박희영의 투지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박희영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자대표팀은 일본과 대회 두 번째 경기서 2골이나 내주며 밀렸으나 박희영은 전반 22분 상대 골키퍼와 단독 찬스에서 슈팅을 날리는 등 위협적인 몸놀림을 과시했고, 북한과 최종전에서도 후반 20분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20세 청소년대표를 거쳐 대표팀 에이스로 성장한 박희영의 A매치 공식 기록은 이번 대회를 포함해 23경기 출전, 12골. 팀 내 최다기록이다. 단순히 아시아 맹주가 아닌 세계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어깨를 나란히 한 박희영의 재발견은 여자대표팀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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