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세레나데' 박주영-염기훈, 허정무호의 힘
OSEN 기자
발행 2008.02.25 08: 28

'돌아온 골잡이들의 세레나데'가 허정무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5년 만에 되찾아온 동아시아 패권이란 결과도 짜릿했지만 공격수들이 모처럼 시원한 득점포를 터뜨렸다는 점에서 두 배의 기쁨을 안겼다.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충칭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3회 2008 동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은 1승 2무(승점 5, 득5 실4)를 기록하며 일본을 다득점에서 앞서 우승을 차지했다. 3년 반에 걸친 일본 J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K리그 전북 현대로 복귀한 조재진(27)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설기현(29, 풀햄FC), 이동국(29, 미들스브러) 등 한국을 대표하는 골게터들의 부재 속에 올린 승전보라 의미를 더했다. 젊은 얼굴이 엔트리에 대거 발탁되며 나온 우려는 기우였다. 핌 베어벡 전 감독이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가장 크게 질타받았던 득점력 부족이라는 해묵은 과제는 더 이상 재현되지 않았다. 비록 실점은 많았어도 ‘골 넣는 버릇’을 길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했다. 특히 2년 여의 침묵을 깬 ‘신예 공격수’ 박주영(23, FC 서울)과 염기훈(25, 울산 현대)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들 콤비는 나란히 2골씩 터뜨리며 북한의 정대세, 일본의 야마세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등극했다. 박주영은 17일 중국과의 첫 경기서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전반 43분 염기훈의 날카로운 왼쪽 크로스를 헤딩 선제골로 연결한 데 이어 내리 2실점해 뒤지고 있던 후반 20분 상대 문전 오른쪽에서 그림같은 프리킥 골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중국 수문장 종레이가 “이런 프리킥은 지금껏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비록 오른 사타구니 근육통으로 북한전과 일본전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갈 길 급한 허정무호에 힘을 실어주기는 충분했다.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의 기량도 놀라웠다. 윙포워드와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오가며 매 경기 공격 포인트를 추가했다. 중국전 히어로가 박주영이었다면 숨은 공신은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염기훈이었다. 염기훈의 진가는 북한과 2차전과 일본과 최종전에서 나타났다. 북한전에서 전반 20분 큰 각도로 휘어지는 왼발 프리킥 득점을 성공시켰고, 일본전에서도 전반 14분 박원재의 왼쪽 크로스를 논스톱 터닝슛으로 연결해 가와구치가 지킨 골문을 갈랐다. 2007 아시안컵 본선을 앞두고 서귀포에서 치른 작년 6월 29일 이라크와 평가전(3-0 승)서 선제골을 넣은 뒤 거의 8개월 여 만에 다시 느낀 골 맛. 오른 발등 골절상으로 지난 시즌 후반기에 거의 활약하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대회에서의 부활은 여간 기쁘지 않다. ‘반쪽짜리 에이스’에서 단 한 경기로 태극 전사의 진정한 위용을 떨친 박주영과 윙포워드에서 중앙 타깃맨까지도 섭렵할 수 있는 멀티 공격수의 가능성을 확인한 염기훈의 모습은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희망을 쏘기에 충분하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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