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웠다. 허정무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충칭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3회 동아시아선수권에서 1승 2무(승점 5), 5득점-4실점으로 우승, 5년 만에 패권을 되찾았다.
기쁨도 컸던 만큼 남은 숙제도 많았다. 공격수들의 골가뭄 해갈은 무척 고무적이었지만 매 경기 실점한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3경기 모두 선제골 이후 동점골을 내줬고 중국전서는 역전골까지 허용,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한국은 전반 43분 박주영의 선제골 이후 후반 2분과 16분 내리 2골을 허용했다. 후반 20분 박주영의 프리킥 골과 종료 직전 곽태휘의 재역전 발리슛으로 30년째 이어진 ‘중국전 무패 행진’을 계속 이어갔지만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였다.
미리보는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전으로 관심을 모은 북한과의 대회 2차전에서도 후반 실점 장면이 연출됐다. 염기훈의 프리킥 선제골로 앞서던 한국은 후반 27분 조총련계 3세 정대세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전 실점은 일본과 최종전서도 이어졌다. 전반 14분 만에 염기훈이 멋진 논스톱 터닝슛으로 가와구치가 지키는 일본 골네트를 갈랐으나 후반 23분 야마세에 실점했다.
물론 다양한 전술적 실험은 높이 평가할 만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3-4-3, 4-3-3, 3-5-2 포메이션 등 다양한 전술을 실험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시스템이라도 멤버는 각기 달랐다. 그야말로 팔색조 전술이었다.
중국전에 나섰던 한국 수비진 곽희주(수원)-조용형(제주)-곽태휘(전남)는 마지막 일본전에서 강민수(전북)-조용형-곽태휘로 바뀌었다. 북한전에 출전한 포백은 곽희주-곽태휘-강민수-이상호(제주)였다.
든든한 버팀목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북한전 하프타임 때 수비형 미드필더로 1차 저지선 역할을 맡은 김남일이 황지수로 교체돼 허점을 드러낸 것처럼 일본전 실점도 후반 13분 구자철(제주)과 교체된 김남일 공백의 영향이 컸다. 득점 이후 잠시 해이해진 집중력도 문제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허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지난 1월 30일 칠레전서 후반 10분 피에로에 결승골을 내줘 0-1로 졌다. 유일한 무실점 경기였던 지난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예선전(4-0승)을 제외하면 총 5실점 했으니 매 경기 한 골씩 허용한 셈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 대표팀은 2007 아시안컵 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와 1차전서 후반 21분 최성국의 선제골로 앞서다 38분 동점골을 내줬고, 바레인과 2차전에선 전반 4분 김두현이 첫 골을 뽑아낸 뒤 전반 43분에 이어 후반 40분 내리 실점해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새 얼굴로 대거 교체된 허정무호의 목표는 단순히 동아시아 챔피언 등극이 아닌,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대표팀이지만 보다 높은 단계의 성취를 위해 후반 실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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