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정대현을 마무리로 기용할 계획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지난 24일 마무리투수로 SK 정대현(30)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오승환(삼성)의 팔꿈치 통증에 따른 대표팀 제외로 공석이 된 마무리투수 자리를 놓고 정대현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아직 확정하기 이르지만, 조계현 투수코치와 상의해 정대현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정대현 역시 오른쪽 팔꿈치와 왼쪽 무릎의 상태가 좋지가 않지만 현지 첫 훈련에서 40개 불펜피칭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대현은 충분히 대표팀 마무리 중책을 맡을 수 있는 투수라는 평이다. ▲ 특급 마무리 정대현 지난 3년간 최고 마무리투수는 단연 오승환이었다. 3년간 총 184경기 등판해 18승8패103세이브 방어율 1.37 WHIP 0.73 피안타율 1할5푼6리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냈다. 9이닝당 탈삼진음 무려 10.86개였고 9이닝당 피홈런은 0.45개에 불과했다. 마무리투수 필수사항인 탈삼진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장타도 최소화했다. 하지만 오승환 못지않게 정대현도 특급 마무리투수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3년간 139경기에 등판, 12승6패45세이브 방어율 1.27 WHIP 0.95 피안타율 1할9푼을 기록했으며 9이닝당 탈삼진(6.86개)이나 피홈런(0.31개)도 특급 수준이었다. 정대현이 풀타임 마무리로 활약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60경기에서 마무리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78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2패27세이브 방어율 0.92 WHIP 0.94 피안타율 1할8푼6리를 기록했다. 지난 1993년 선동렬 이후 14년만의 ‘0점대 방어율’로 이 부문에서 마무리투수 중 1위를 차지했고, WHIP·피안타율은 오승환 다음으로 좋았다. 잠수함 투수들에게 쥐약이라 할 수 있는 장타도 적었다. 지난해 피홈런이 겨우 3개밖에 없었다. 김성근 감독도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일등공신으로 주저하지 않고 정대현의 이름을 가장 먼저 꺼냈다. 정대현은 정통 언더핸드 투수다. 연투를 감수해야 할 마무리 역할을 맡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대현이 빠른 공을 뿌리는 타입도 아니다. 오히려 ‘느림의 미학’이라 불릴 정도로 느린 공을 던진다. 하지만 승부처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과 지저분한 볼 끝으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오른손 타자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싱커, 떠오르는 커브, 떨어지는 슬로 커브 등을 앞세운 완급조절과 타이밍 싸움도 일품이었다. 또한, 철저하게 낮은 코스로 공을 제어하는 제구력이 좋아 장타 허용이 적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 국제무대도 검증 끝 정대현은 국제무대에서도 이미 검증을 끝마친 투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7년 대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겸 올림픽 아시아예선 등 3개 대회에 출전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잠수함 돌풍을 일으켰고 WBC에서는 불펜의 핵심 노릇을 해냈으며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오승환이 빠진 마무리 역할을 잘 수행했다. 3개 대회에서 총 7경기에 등판, 승패없이 1세이브 방어율 1.96 WHIP 0.81 피안타율 1할9푼1리라는 특급 피칭을 펼쳤다. 9이닝당 탈삼진은 9.33개였으며 피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9이닝당 볼넷은 1개도 되지 않은 0.98개일 정도로 완벽한 제구력을 자랑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대표팀 코칭스태프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초 대표팀은 오승환이 빠진 마무리 자리에 집단 마무리 체제 가동 가능성이 없지 않았으나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정대현으로 자연스럽게 기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오른쪽 팔꿈치와 왼쪽 무릎 통증으로 SK 팀 내 전지훈련에서도 제대로 된 피칭훈련을 소화하지 않았다는 점이 걸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대현은 지난 23일 대표팀 첫 현지 훈련에서 불펜피칭으로 40개를 소화하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다. 아직 대회까지는 열흘 넘게 남아있는 만큼 컨디션만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마무리로 제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