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런던, 이건 특파원] 칼링컵 결승전이 열린 24일(현지시간) 오후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에 위치한 대형 스포츠바에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북적됐다. 스포츠바 안전 요원은 입장 고객들이 수용 인원을 넘어서자 출입을 통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구팬들은 스포츠바 밖에 설치된 TV를 보며 자신의 팀을 응원했다. 이같은 모습은 여기뿐만이 아니었다. 소호에 위치한 스포츠바나 축구 경기를 중계해주는 펍들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도로변 펍에서 뒷골목에 있는 펍까지 사람이 가득찬 이곳의 풍경은 분명 잉글랜드가 축구의 나라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멋진 낭만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분명 친구, 연인들과 함께 맥주 한 잔하며 보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거실에 있는 안락한 소파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바로 축구의 지나친 상업화의 영향 때문이다. 현재 잉글랜드에서 프리미어리그를 안방에서 보기 위해서는 유료 채널을 설치해야 한다. TV 라이선스와 가입비, 여러 가지 부대비용을 합쳐 연간 우리 돈으로 120여 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물가나 임금 수준을 고려한다면 그리 비싼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히 부담이 되는 가격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많은 축구팬들이 시청료 부담 대신 맥주 한 잔 마시며 축구를 보는 번거로움을 택한 것이다. 이런 시청료는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프리미어리그 독점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스카이스포츠가 프리미어리그에 올 시즌부터 대폭 오른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계권료가 오른 만큼 광고도 많아지고 시청료도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일반 축구팬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시청료뿐만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많은 클럽들이 외국인에게 그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들 중에는 빚을 지고 클럽을 매입한 이들도 적지않다. 새로운 구단주들은 자신의 투자 비용을 하루라도 빨리 회수하기 위해 티켓 가격을 올리고 있다. 맨유, 첼시, 리버풀 등 빅클럽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주요 클럽들의 시즌 티켓 가격이 매년 상승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프리미어리그 해외 경기 계획에 대해 일반 축구팬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이 득세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상승하는 시즌 티켓과 TV 시청료에 고민하고 있는 축구팬들이 더 많은 돈을 들여 경기를 관전하러 해외로 향해야 하느냐?" 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펍에서 만난 한 축구팬은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집에서 축구를 본 것처럼 지금 내 자식들과 집에서 축구를 보고 싶다. 하지만 갈수록 축구 환경이 이상해지고 있다" 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고도의 상업화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하지만 그 돈은 결국 일반 축구팬들을 위해 쓰여지는 게 아닌 것 같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