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서장훈,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 과시
OSEN 기자
발행 2008.02.25 12: 13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농구가 출범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농구의 인기가 최전성기였던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만큼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1990년대 초중반 농구대잔치에서 대학세의 돌풍을 일으키며 농구붐을 일으킨 주역이 바로 이상민(36·삼성)과 서장훈(34·KCC)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상민과 서장훈은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며 프로농구의 중심에 있다. 20대 파릇파릇한 젊은피에서 어느덧 30대 중반 노장이 됐지만 그들이 없는 한국농구는 여전히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 최고의 인기 이상민 이상민은 지난 20일 안양 KT&G전에서 역전 결승 3점슛을 작렬, ‘스타 본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튿날 이상민의 위닝샷을 축하하듯 7시즌 연속 올스타 최다득표가 발표됐다. 이상민은 총 투표수 14만3939표 가운데 7만3707표를 얻어 올스타 선발이 팬투표로 전환된 2001-02시즌부터 7시즌 연속 올스타 최다득표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7시즌 연속 최다득표의 영광을 누림과 동시에 10시즌 연속 올스타전 베스트5에 선정돼 명실상부한 별 중의 별임을 입증했다. 단 한 번도 인기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어느덧 은퇴를 한 번쯤 고려해 볼 만한 노장이 된 데다 두 아이를 둔 어엿한 가장이지만 이상민의 인기는 조금도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상민의 인기 비결은 수려한 외모에서 비롯된다. 연세대에 입학할 때부터 오빠부대의 원조로 자리매김, 수많은 여성팬들을 이끌고 다녔다. 특히 모성애를 자극하는 가는 목소리와 여린 이미지를 앞세운 순수함은 여성팬들을 자극시킨 가장 큰 힘이었다. 하지만 이상민이 ‘얼굴’로만 인기를 누린 건 아니다. 외모만 좋다고 15년 동안 한결같이 팬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기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모로 팬들을 어필한 뒤 플레이로 다시 한 번 더 팬들을 매료시킨 것이 ‘이상민식 인기’의 요체였다. 화려한 쇼맨십은 없지만 열정적인 플레이로 모든 것을 말했다. 코트 전체를 조망하는 듯한 시원시원한 패스와 승부처 때 터뜨리는 한 방이 컸다. 하지만 이상민의 가장 큰 매력은 승부욕이었다. 이상민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대단한 승부근성의 소유자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 대한 욕심도 많다. 그 때문제 지금도 파울트러블은 이상민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깔끔하면서도 저돌성이 느껴지는 플레이인 것이다. 남녀노소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다. 어느덧 노장이 됐지만, 이상민은 지금도 코트에서 무서운 승부근성으로 후배들과 맞부닥치고 있다. 특히 올 시즌에는 ‘회춘’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플레이가 더욱 좋아졌다. 특히 외곽슛의 정확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강력한 카리스마까지 더해진 이상민의 인기는 그야말로 농구판 장동건급이다. ▲ 최고의 실력 서장훈 농구팬들의 서장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프로농구의 전설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프로선수로서 마인드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프로선수 서장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서장훈의 기량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서장훈은 프로농구 사상 첫 1만 득점의 고지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10시즌 통산 445경기에서 총 9747점을 기록 중이다. 서장훈의 득점이 곧 역사가 된다. 살아있는 전설이다. 누적기록에서 당분간 서장훈을 위협할 선수가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년 시즌초에는 대망의 1만 득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장훈은 득점뿐만 아니라 각각 리바운드에서도 기록을 써가고 있다. 개인 통산 리바운드가 3990개로 이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에 랭크돼 있다. 당분간 서장훈의 아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명실상부한 최고선수로 발돋움한 김주성(동부)이 서장훈의 뒤를 잇고 있지만, 공격력이나 개인기록에서는 서장훈을 따라가기에는 버거운 형편이다. 적어도 서장훈은 한국농구 사상 최고의 ‘공격형 센터’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과시했고, 34살 노장이 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적은 평균 15.7점에 그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선수 중 3위에 해당하는 고득점이다. 서장훈의 통산 득점과 리바운드는 평균 21.9점·9.0리바운드에 달한다. 역대 통산 기록이 더블-더블에 육박한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지난 몇 년간은 하락세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서장훈과 같이 골격이 큰 장신선수들에게 하락세는 소리 소문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서장훈은 올 시즌 다시 살아났다. 평균 득점은 데뷔 후 가장 낮지만, 시즌 초반 한 자릿수 득점으로 까먹은 것을 감안하면 많이 상승한 수치다. 게다가 리바운드는 평균 7.2개로 국내선수 중 당당히 전체 1위에 올라있다. 그래도 ‘서장훈은 역시 서장훈’인 것이다. 명성에 비해 우승은 단 2차례밖에 없었지만,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은 신인 시절 딱 한 번밖에 없었다. ▲ 권불십년은 없다 24일 ‘라이벌’ 이상민의 서울 삼성과 서장훈의 전주 KCC가 맞붙은 잠실실내체육관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올 시즌 최다 관중(1만385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상민이 들어온 이후 삼성은 인기구단이 됐다. 지난 시즌에 비해 평균 관중이 약 12.7%가 늘어났다. 유료관중까지 감안하면 상승폭은 더욱 늘어난다. 이날 경기는 이상민의 관중 동원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한판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경기 막판 극적으로 결승 버저비터를 터뜨린 서장훈이 됐다. 이상민이 인기로 위력을 과시하자, 서장훈이 실력으로 반격을 가하는 모양새였다. 이상민의 삼성과 서장훈의 KCC는 자연스럽게 올 시즌 최고 라이벌이 됐다. 이상민은 삼성의 인기뿐만 아니라 성적까지 올려놓았다. 시즌 전만 해도 서장훈의 이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은 2위를 노리는 강팀으로 변신했다. 그 원동력이 바로 가드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탄탄한 가드진이었고, 그 중심에 이상민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서장훈의 KCC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창단 첫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KCC는 서장훈의 가세와 함께 2위권을 넘보는 수준이 됐다. 서장훈의 개인 기량도 기량이지만, 서장훈의 존재 덕분에 영입할 수 있었던 제이슨 로빈슨의 대활약은 또 다른 ‘서장훈 효과’다. 인기와 실력에서 이상민과 서장훈에게 ‘권불십년’이라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상민의 인기를 능가할 인기스타나 서장훈의 압도적인 기량을 능가할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한국농구의 고민이기도 하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탄생한 스타 중에서는 김승현(오리온스)과 김주성(동부)이 떴지만, 실력을 떠나 리그 안팎에 일으키는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이다. 지난해 프로농구 최고의 화제가 울산 모비스의 통합우승이 아닌 이상민·서장훈의 이적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했다. NBA가 마이클 조던이 떠난 후 한동안 인기와 실력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제2의 조던’을 찾아 헤맸듯, 프로농구도 이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이상민과 서장훈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농구의 빛나는 영웅들이지만, 동시에 미래의 어둠을 경고하는 그림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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