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이제동, 마재윤을 타산지석 삼아라
OSEN 기자
발행 2008.02.26 17: 30

요즘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는 누가 차기 본좌를 차지할 지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본좌란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 등 양대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3회 이상 거둔 선수들에게 붙이는 호칭이다. 차세대 본좌로 김택용, 송병구, 이제동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논란이 생길 정도다. 그들 중 '파괴신' '폭군'이라 불리며 질주를 거듭할 줄 알았던 이제동(18, 르까프)의 행보가 갈짓자로 흐트러져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2, 25일 이영호에게 연거푸 패한 이제동을 보면서 문득 작년 이맘때 맹위를 떨쳤던 마재윤이 생각났다. 마재윤은 2006시즌 가장 빛나던 선수. MSL 5연속 결승 진출 중 3회 우승, 2회 준우승을 비롯해 첫 진출했던 스타리그 우승, 2006시즌 다승 1위, 승률 1위을 휩쓸었다. 2006년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에서는 MVP인 대상과 최고의 저그에 이어 다승왕, 승률왕, 명승부까지 5개 부문을 차지했던 e스포츠의 가장 주목받는 선수였다. 한마디로 마재윤의 기세는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을 강함 그 자체였다. 2007시즌 시작 전 당시 마재윤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아직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점차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꾸준하게 양대 개인리그에서 8강 이상의 활약을 보였던 마재윤은 점차 쇠락하더니 개인리그 전패 탈락이라는 불명예까지 몰렸다. e스포츠 전문가들은 마재윤의 불안한 행보에 과도한 일정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와 피로 누적이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대부분 마재윤이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와 그 밖의 개인스케줄을 고려했을때 살인적인 일정으로 선수의 전성기가 짧아졌다고 주장했다. 2~3년 이상을 전성기로 구가하던 과거 역대 본좌의 활약 기간을 살펴보면 마재윤은 6개월 이상 짧아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만한 사실은 강력한 포스를 발휘하던 선수들의 활약기간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7시즌 초반 빛나는 활약을 했던 김택용의 기세 역시 8개월에 불과했고, 지난해 11월 스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위력을 떨쳤던 이제동 역시 프로리그 결승전 패배를 포함해 잇다른 패배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 스타리그 우승 이후 이제동은 "최고 선수를 넘어서 존경받는 프로게이머 이제동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스타리그 우승을 하고 나면 우승자 징크스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런 말은 없을 것이다. 우승의 기분은 오늘로 끝이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변함없는 활약을 약속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프로리그는 끝났지만 MSL과 스타리그, 곰TV 초청전까지 연일 거듭된 과도한 일정에는 이제동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25일 '곰TV 초청전' 8강전서 이영호에게 1대 2로 패하고 난 뒤 이제동은 "경기 스케줄이 너무 많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출전하니 기량의 100%발휘하기는 힘들다"고 패배를 깨끗하게 시인했다. 르까프 조정웅 감독은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하는데 선수 욕심이 너무 앞선면도 있지만, 기량면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곧 예전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제동도 다시 올라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자칫 나태해질뻔했다. 스타리그와 곰TV 초청전의 잇단 패배로 마음가짐을 다시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건 개인적으로 좋은 것 같다. 남은 MSL 4강전서 혼신의 힘을 쏟겠다." 스타리그 우승 직후 이제동이 밝혔던 것처럼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던 기백이 살아있다면 이제동은 다시 발군의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 OSEN 고용준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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