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팀인 광주 상무를 제외하고 K리그 모든 구단이 떠났던 해외 전지훈련. 일찌감치 국내서 훈련하겠노라 선언한 대전 시티즌은 경남 통영에서 올 시즌을 위한 담금질을 해왔다.
없는 살림,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구단 자체 노력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일부 선발된 인원이 아닌 대부분의 선수들을 한꺼번에 훈련시키려는 김호 감독 당신의 의지가 컸다. 지난달 17일 시작됐던 대전의 통영 훈련은 오는 28일 막을 내린다.
구단 입장에서도 분명 수지맞은 장사였다. 유운호 사무국장은 “우리가 돈이 없어서 해외 전훈을 떠나지 않은 게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왕복 항공료, 체재비 등을 고려할 때 상당액의 자금을 절약할 수 있었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좀처럼 해외에 나갈 기회가 없는 일부 선수들은 통영이 올 겨울 훈련지로 결정되자 “다들 나가는데”라며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훈련이 막바지로 접어든 현 시점에서 이곳을 떠나는 것을 대부분 아쉬워하는 눈치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올라오는 신선한 해산물에 대단히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훈련이 없는 날에는 조금 무료해지는 게 탈이었으나 비디오 게임, TV시청, 웹서핑, 영화 관람 등 나름대로 패턴에 익숙해졌다. 바닷가 산책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왕선재 수석코치는 “선수들이 여유가 생겼다. 훈련할 때는 모두가 성난 사자같이 뛰더라도 쉴 때는 확실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진짜 프로페셔널한 감각이 생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전’스러운 전사들이 돼 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즐거워한다.
그렇다고 훈련량이 결코 부족하거나 적지는 않았다. 별도의 쿠퍼 테스트를 하지 않았어도 오전과 오후 각각 1시간 반씩 하는 훈련은 대단히 강도높게 진행됐다. 겉으로는 스트레칭처럼 쉬워 보여도 안쓰는 근육을 키우는 트레이닝이었기 때문에 금세 선수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통영으로 막 출발했던 즈음, 계약 선수들과 연습생을 합쳐 거의 40여 명에 달했던 선수단은 17명까지 줄어들었다. 현재 대전에서 진행 중인 각 대학팀들과 연습경기 리그에 출전시키기 위해 1군의 일부 선수와 2군 멤버들을 보냈기 때문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현재 통영에 남은 17명의 선수들은 고스란히 올 시즌을 책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으로 이동한 1군 요원 8명은 아직 분류가 유동적이라 조금은 여유로워진 통영에 비해 대전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여기서 대전이 올린 가장 큰 수확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까지 2군이란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김 감독이 새 시즌을 준비하며 기량있는 젊은 선수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실력이 있으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과감하게 내친다는 당연한 전제에서다.
이 결과 대전도 그럭저럭 틀을 갖추게 된 2군 선수단을 보유하게 됐고, 25명의 1군 라인업 중 부상자가 발생하더라도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김 감독은 “2군 선수단을 갖게 된 게 우리 구단의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감독은 통영서 여러 용병들도 테스트했다. 지난달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트라이얼에서 최종 낙점을 받은 이는 나이지리아 태생 프랑스 국적의 에릭 오비나와 브라질 출신 카스토르다. 편집된 DVD 동영상 자료만 놓고 더 이상 선발할 수 없어서다.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선수라도 동영상에서는 잘 뛰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괜찮다 싶었던 몇몇 선수를 점검한 결과 많이 실망스러웠다. 트라이얼이 후진적 형태처럼 비쳐져도 아직 유럽 리그에서 입단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걸 보면 우리의 추진이 틀린 것은 아니다”.
올 시즌 김 감독은 한 단계 높은 도약을 꿈꾼다.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을 조심스레 거론하는 대신 과감하게 “4강에 오르겠다”고 호언한다. 한 코칭스태프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으나 각 라운드별 세부 계획까지 짜여져 있다”고 슬쩍 귀띔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6강 진출을 대전은 분명히 해냈다. 올해는 ‘기적’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으로 자줏빛 전사들은 가득 차 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대전 선수단은 28일 오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기가 서린 한산도를 방문, 참배한 뒤 대전벌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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