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시트콤을 누르는 실화의 힘
OSEN 기자
발행 2008.02.27 07: 59

인간미 물씬 흐르는 지상파 TV의 장수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KBS 2TV '인간극장'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낸 휴먼 스토리를 짧은 에피소드 5회로 나눠서 방송한다. 픽션 아닌 실화의 힘을 바탕으로 감동을 주고 있어 시청률도 줄곧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 방송분은 서울 강남의 빌딩숲에서 김밥장사를 하는 어느 일가족의 얘기다. 매일 300줄의 김밥을 마는 젋은 주부와 새벽 강추위 속에서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아내의 김밥을 파는 남편이 주인공이다. 무슨 스토리가 있을까 싶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바르고 열심히 사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시냇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른다. 28살 젊은 나이에 벌써 쌍둥이 아들과 어린 딸을 낳아 키우는 그녀도 당당하기 그지없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역시 인간극장'이란 내용의 칭찬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휴먼다큐를 지향하는 '인간극장'이 잠깐씩 상업성 논란에 휩싸였던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숱한 감동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이 프로는 또 비난도 자주 받았다. 그만큼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에는 ‘미녀들의 식탁’편이 그랬다. 별달리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외식 컨설턴트 세 자매의 멋진 직업 세계를 담았다가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다. ‘실망스럽다’ ‘너무 광고성이라 거부감이 든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이같은 방응에 대해 김용두 책임 프로듀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OSEN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바 있다. 김 PD는 ‘인간극장’이 처참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는 “처참한 주인공들이 그렇게 많았던 것은 아닌데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며 “‘인간극장’은 결손극장도 서민극장도 중산층극장도 상류층극장도 아니다. 말 그대로 ‘인간극장’이다. 보통 시청자들은 아주 극단적으로 힘든 처지에 있는 주인공들에게 쉽고 감동하고 위안을 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의 인생을 보면서 극적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잘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면 거부감을 갖는 것 같아요. 정작 우리 제작진은 부자에 똑똑하고 강남에 사는 사람도 보고 싶어요. 그 중에서 굉장히 드라마틱한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들여다볼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들여다보고 싶죠. 시청자들이 오해하는 게 좋은 사람들, 착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인간극장' 애호가들은 보다 힘들고, 어렵고, 슬픈 와중에서 꿋꿋이 살아나가는 민초들의 삶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앞으로 '인간극장'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셈이다. 26일 오후 7시30분 방송에서 AGB닐슨 조사 결과 '인간극장'의 전국 시청률은 11.3%. 바로 앞 프로인 일일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의 6.8%를 크게 앞지르는 스코어였다. MBC의 시트콤인 '코끼리'도 6.5%로 '인간극장'에 한참 못미치는 중이다. 재미와 웃음을 강조하는 시트콤들이 교양프로 '인간극장'에 더블 스코어로 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실화만이 보여줄수 있는 감동의 힘에 시청자들은 더 열렬히 반응하다는 사실로 보여진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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