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신예 나홍진(34) 감독의 스릴러 수작 '추격자'가 늦겨울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정통 스릴러물이 개봉 2주차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 역전에 성공했다는 건 하나의 사건이다. 관객이 잠시 눈 돌릴 틈조차 주지않고 몰아붙이는 박력과 긴장감,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추격자'의 힘이다. '추격자'는 나 감독이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을 맡은 첫 장편 데뷔작이다. 신인 감독 데뷔가 어렵고 특히 스릴러 장르를 꺼리는 충무로 분위기에서 5년을 갈고 닦으며 준비했다. 그의 손때가 진하게 묻어나는 작품, 그래서 '추격자'는 김윤석 같은 베테랑 배우조차 "애드리브를 할 공간이 조금도 보이지않는 시나리오"라고 극찬을 했다. 그럼에도 한정된 상영시간 속에서 관객들과 만나다보니 감독이 아쉽게 잘라내거나 축약한 부분들도 많다. 짧은 암시로 관객들에게 깊은 속사정을 보여주려던 부분들이다. 과연 나 감독의 의도가 숨겨진 명장면들은 무엇 무엇일까? 숨겨진 장면을 찾아라 #1- 미진의 아이가 쓰러진 이유 사라진 미진(서영희)을 찾기 위해 중호(김윤석)는 자신의 승용차 옆자리에 그녀의 아이를 태우고 망원동 구석구석을 뒤진다. 그러나 잠시 자리를 비운새 아이는 사라지고 중호는 깜짝 놀라 골목을 뛰어다니는데...갑자기 쓰러진채 발견된 아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답은 중호가 아이를 찾기 직전에 어렴풋이 짧게 스치고 간 오토바이 중국집 배달에 있다. 골목 입구에 쓰러진 그릇통들을 늘어놓은 것도 축약된 부분에서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위한 감독의 친절이다. 그렇다면 왜 한밤중에 중국집 배달일까. 감독의 설명은 '야식 배달'이다. 숨겨진 장면을 찾아라 #2- 개미 슈퍼 앞의 여형사 영화 종반부 미진이 납치됐던 동네 안의 개미슈퍼는 하나의 폭발점이다. 많은 관객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내지르고 거친 숨을 몰아쉬게 만들었던 장면들 속에서 왜 미행을 하던 여형사는 갑자기 앉아서 울고 있었을까? 개미슈퍼 한 내실의 창문을 눈여겨 보지않았다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다. 잠깐 비쳐지는 창문의 창살에 나 감독이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숨겨진 장면을 찾아라 #3- 살인마 가정방문 지영민(하정우)의 종적을 밝히기 위해 중호는 그의 주소지인 안양으로 찾아가 누나 부부를 만나 추궁한다. 지영민의 최근 거취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 누나 부부. 처음에 나 감독은 이 부분에서 중호가 혹독하게 누나 부부를 다루는 설정으로 갔다가 차분히 묻는 방식으로 바꿨단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러나는 지영민의 살인만 본능은 무엇일까? 대답은 지영민의 조카에게 들을수 있다. 대사는 없지만 머리 상처와 완전히 풀려버린 눈동자가 암시하는 내용들이다. 누나의 원망 섞인 대사에서도 감독의 배려가 느껴진다. 숨겨진 장면을 찾아라 #4- 망원동 맞아? 영화속 지영민의 연쇄살인 무대는 서울 망원동이다. 그런데 망원동 어디에서 그런 산동네 골목길들을 찾을수 있을까? 실제 영화 촬영은 성북동, 북아현동, 약수동에서 이뤄졌다. 나 감독은 실제 "망원동을 잘 모른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망원동이란 이름에 느낌을 가졌다는 것이다. 좁은 골목길이 이어지는 비탈길에 아파트 아닌 주택들이 촘촘이 들어선 곳은 북아현동이 가장 비슷했고 추격신의 상당 부분은 이곳에서 촬영됐다. mcgwire@osen.co.kr
